홍콩배우 주윤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거액을 선뜻 내놓은 과감한 선택이 던진 놀라움 때문만은 아니다. ‘돈’으로 질주하는 세상을 향해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 그의 결정은 지금껏 출연한 숱한 영화 속 ‘따거’(형님)의 모습이 그저 허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뭉클하다. 기부의 뜻을 밝히면서 그가 꺼낸 말들은 또 어떤가. “그 돈은 내 것이 아닌, 잠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며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고 했다.
저우룬파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사실은 이전부터 워낙 유명한 일화다. 영화에선 화려한 의상을 입지만 지하철에서 찍힌 일상의 사진 속 그는 대부분 같은 옷, 같은 가방을 멘 채다. ‘비닐봉지’를 들고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모습도 다반사. 최근 대만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 꿈은 행복해지는 것,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가치관을,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던 셈이다.
마침 며칠 전 서울 청량리에서 40년 넘도록 과일장사를 하며 살아온 노부부가 평생 모은 재산 400억 원을 고려대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평생 ‘구두쇠’ 소리 들으면서 모은 돈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숭고한 뜻이다.
저우룬파나 노부부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에 파동을 만드는 이유는 평생 큰 돈을 모았고, 또 그 돈을 사회에 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꿈이 뭐냐고 물을 때 세대를 불문하고 ‘건물주’라고 답하는 게 팽배한 요즘, 좀 더 멀리 그리고 더 넓게 볼 수 있는 그들의 ‘눈’과 ‘마음’이 부러울 뿐이다. 유명세를 얻은 스타들이 수십억 원짜리 건물을 샀다는 뉴스 대신 이런 크고 작은 ‘미담’을 더 자주 듣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