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장현수 일벌백계와 병역특례 전수조사

입력 2018-10-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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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장현수. 스포츠동아DB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장현수. 스포츠동아DB

축구국가대표선수 장현수(27·FC도쿄)가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났다. 처음에는 발뺌을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마지못해 시인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선수가, 그것도 병역특례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기간에 서류를 조작을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폭설 내린 날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국회 요구자료를 거짓으로 증빙한 논란에 휩싸인 장현수 선수가 결국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장현수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특례 대상이 됐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의 특기활동을 하는 대신, 청소년이나 미취학 아동 등을 대상으로 544시간 동안 봉사활동하고, 그 실적을 관계 기관에 증빙해야 한다.

장현수는 2017년 12월부터 두 달간 모교 후배들과 훈련했다. 총 196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고 관련 사진과 함께 증빙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린 날 맑은 날씨에 훈련하는 사진을 첨부하거나 같은 날 찍은 사진을 마치 다른 날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제출했다. 하 의원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장현수는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봉사활동은 사실이나 자료가 착오로 제출됐다며 의혹을 부인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현장조사 방침에 입장을 번복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고 병역의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체육요원의 봉사활동은 엄연한 공무이자 신성한 병역의무다. 다른 젊은 청춘들이 군대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병역특례 선수도 봉사를 충실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현수는 그걸 망각했다.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올림픽 1~3위와 아시안게임 1위 선수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건 국위 선양에 대한 보상이다. 특히 병역특례 대상자들이 청소년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다는 건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현수는 이런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한다. 병역법에 따르면,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증빙할 경우 경고 및 5일 복무연장 처분의 징계를 받는다. 경고 처분을 8회 이상 받으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도 징계를 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다음달 호주에서 열리는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전 대표팀 명단에 장현수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축구단운영규정 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국가대표가 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추가적인 징계가 불가피하다. 서류를 조작했다는 건 병역특례의 가치와 태극마크의 의미를 훼손한 범법 행위다. 장현수는 협회를 통해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고 있다”고 했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일벌백계해야한다.

아울러 관계기관에서는 체육요원 봉사활동 운영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한다.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하고, 또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한다. 일부 비양심적인 체육요원 때문에 신성한 국방의무의 가치마저 훼손될까 걱정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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