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허정협.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누군가는 이정후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그 자리에 허정협(28)을 발탁했다. 2017시즌에는 4월에만 7홈런을 몰아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허정협이기에 장 감독의 선택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장 감독의 선택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항상 준비가 돼있는 선수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장 감독의 말대로 허정협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부족한 점에 대해 끊임없이 코칭스태프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장 감독은 “(허정협은) 궁금증이 워낙 많은 선수”라고 했다. 올해 정규시즌(1군) 25경기 타율 0.250(24타수6안타), 2타점의 성적을 거둔 게 전부지만, 2군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코치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허정협은 “2군에서 준비를 잘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정후가 빠진 상황에서 엔트리에 들게 됐는데, 경기에 나가게 되면 상황에 맞게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정규시즌이 끝나고 PO 1차전(27일)까지 약 2주간의 공백이 있었다.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허정협은 2군 연습게임에 꾸준히 나가면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잠시도 이 생각을 놓지 않았다. “만약에라도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가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2군행을 좌절 대신 기회로 여기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과거와 가장 큰 변화다.
허정협의 역할은 우타 대타요원이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라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 무작정 승부하긴 쉽지 않다. 타고난 힘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장 감독은 “기회가 주어지면 편안한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허정협은 “무엇보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다는 게 설레고 기분 좋다”며 “큰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왼손투수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