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창궐’의 주연배우 현빈. 사진제공|NEW
제작비 총 170억 원 들인 대형 사극
총관객 130만 그쳐…예매율도 시들
관람객 반응, 흥행 실패 ‘물괴’ 비슷
배우 현빈과 영화 ‘창궐’이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갈 길이 먼 상황에 놓였다. 영화 흥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늠자인 손익분기점 도달까지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한 탓이다. 경쟁작의 잇단 개봉과 예매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처한 상황이 안개 속이다.
‘야귀 액션블록버스터’를 내세워 25일 개봉한 ‘창궐’(제작 리양필름)이 첫 주말동안 100만 관객을 동원한 데 이어 상영 2주째에 접어든 29일부터 30일까지 관객을 더 보태 누적 130만명에 다다랐다. 현재 극장 상영작의 관객 순위로만 보면 ‘창궐’은 6일 연속 1위다. 하지만 이런 순위가 흥행을 가늠하는 전부는 아니다. ‘창궐’을 둘러싼 상황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향후 흥행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창궐’의 총제작비는 170억 원이다.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인데다 좀비(야귀)가 창궐하는 대규모 액션 장면이 포함돼 제작 규모가 상당하다. 투자배급사가 밝힌 손익분기점은 380만 명. 향후 200만 관객, 그 이상을 모아야 작품에 참여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쉽게도 ‘창궐’ 앞에 놓인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31일 개봉하는 두 영화 ‘완벽한 타인’과 전설적인 그룹 퀸의 이야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봉 전 이뤄진 시사회를 통해 탄탄한 완성도를 확인시킨 이들 영화는 평단의 호평 속에 관객의 기대까지 얻고 있다.
예매율(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이런 반응을 증명한다. 30일 오후 3시 현재 ‘완벽한 타인’과 ‘보헤미안 랩소디’는 각각 24.2%, 18.7%로 예매율 1, 2위를 차지했다. 물론 개봉 신작의 이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도, 4위로 급락한 ‘창궐(12.4%)과의 수치 차이가 뚜렷하다.
상영일이 쌓일수록 관객의 반응도 점차 냉정하게 흐른다. 신선한 기획과 배우들의 활약에는 이견이 없지만, 영화의 만듦새나 지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실제 관람객의 반응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CGV에그지수에서 ‘창궐’은 30일 현재 77%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비슷한 규모의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낮다. 9월 개봉한 사극 크리처물 ‘물괴’(76%)와도 차이가 거의 없다.
주연 현빈도 긴장을 놓기 어려운 입장이다. 그는 소속사 이름으로 ‘창궐’ 공동제작에 참여했다. 그동안 여러 영화에 출연해왔지만 제작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 자신의 최고 흥행작인 ‘공조’(781만)를 함께한 김성훈 감독과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지 지금으로선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현빈과 장동건 그리고 김성훈 감독은 30일 싱가포르에서 영화를 알리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이고 해외 개봉을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