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올 시즌 구단 안팎에서 일어난 어려움에도 넥센 히어로즈는 뚜벅뚜벅 걸어왔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PO)를 거쳐 SK 와이번스와 PO에서 맞붙었다. 사진은 지난 30일 PO 3차전에서 3-2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넥센 선수단. 스포츠동아DB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후반기 한때 11연승을 기록하는 등 정규시즌 4위(75승69패)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장정석 감독은 2017시즌 부임 후 2년째에 가을잔치를 경험하게 됐다. 단판 승부인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결정전(WC), 한화 이글스와 준PO(3승1패)를 여유 있게 넘어서고 PO 무대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끈끈한 팀워크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이택근은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후배들을 다독였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서건창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김민성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기는 것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린다. 경기에 앞서 넥센 장정석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평균연령 25.5세의 젊은 선수들은 베테랑을 믿고 따랐다. 장 감독은 지금도 베테랑 선수들의 리더십을 반전 비결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안타를 친 선수가 덕아웃을 바라보며 양 손을 깍지 낀 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원팀 세리머니’는 인위적인 몸짓이 아닌, 절실함의 표현이다.
장 감독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견디기 어려운 치욕적인 비난을 모두 딛고 일어섰다. 결과가 하나 둘씩 나오니 선임 과정부터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던 팬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넥센 구단관계자는 “웬만한 사람이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엄청난 비난을 견뎌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감독님의 멘탈(정신력)이 엄청나게 강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장 감독이라는 개척자를 믿었고, PO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기술보다 멘탈의 비중이 큰 PS 무대에서 경험치를 쌓은 것은 돈 주고도 못 살 가치다. 그렇게 ‘원팀’의 가치를 증명한 넥센의 2018시즌,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