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가을 SK 트라우마’, 극복이냐? 또 좌절이냐?

입력 2018-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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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넌트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1위를 차지했던 두산 베어스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1승2패로 밀리면서 과거 포스트시즌(PS)에서 나타났던 두산의 ‘SK 트라우마’가 새삼 조명받고 있다. 8일 예정된 4차전이 비 탓에 하루 연기된 가운데 두산은 이번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두산 김태형 감독이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 앞서 KS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가 또 다시 갈림길에 섰다. 가을만 되면 도지는 ‘SK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 좌절의 역사를 되풀이할 것인가. 모든 것은 그들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3차전까지 마친 올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두산은 SK 와이번스에 1승2패로 뒤져있다. 정규시즌에는 두산이 SK에 무려 14.5게임차로 앞섰다. 1위로 KS에 직행해 느긋하게 파트너를 기다렸다. 2위로 밀려났던 SK는 플레이오프(PO)를 거쳐 KS에 진출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최종 5차전까지 말 그대로 혈전을 치렀다. 이 때문에 KS에서만 세 번째로 성사된 두산-SK의 맞대결을 앞두고 대다수는 두산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했다.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두산이 SK에 2-7로 패한 직후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한 젊은 두산 팬은 “역시 SK랑 붙어야 돼”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신이 열렬히 응원하는 팀의 패배로 아쉬움이 꽤 컸을 텐데도, 두산 점퍼까지 차려입은 이 남성 팬은 SK의 저력을 인정하는 듯했다.

두산은 적어도 2000년 이후로는 최강의 팀으로 평가할 만하다. 가장 꾸준하게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았다. 이 기간 KS에서만 우승 3회, 준우승 6회의 훈장을 달았다. 그 어느 팀도 두산을 피해갈 수 없었다. 가을잔치에서 한 번 진 빚은 반드시 되갚았던 팀이 두산이다. 2000년 KS에서 현대 유니콘스에 당한 패배는 이듬해 PO에서 깔끔하게 설욕했다. 사자(삼성 라이온즈)도, 호랑이(KIA 타이거즈)도 복수심에 불타는 곰을 만나 혼쭐이 나곤 했다.

단 하나 예외적인 팀이 바로 SK다. 두산은 과거 KS에서 두 차례, PO에서 한 차례 SK를 만났다. 그러나 모두 패배만 곱씹었다. 먼저 2승을 챙기고도 허무하게 4연패로 무너졌던 2007년 KS가 처음이다. 이듬해 KS에서도 1차전 승리 후 맥없이 4연패를 당했다. 2009년 PO에선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의 수모를 당했다. 두산이 역대 PS에서 한 번도 넘어서본 적이 없는 팀이 SK다. 낙승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밀리는 지금의 흐름이 당황스러울 법한데도 “역시 SK랑 붙어야 돼”라는 말이 나오는 근거다.

이제 두산은 거꾸로 도전자의 입장에 서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3차전 직전에는 4번타자 김재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빠졌다. 김강률이 일찌감치 이탈한 불펜 또한 불안하다. 두산이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8일 전국적으로 내린 비가 변수다. 두산에 단비가 될 수 있다. 달아오른 SK 타자들의 방망이와 사기를 꺾어놓는 대신 두산이 전열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비라면 올해 KS의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우천순연된 양 팀의 4차전은 9일 오후 6시30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다.

인천|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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