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황금 막내’ 김택형, 스스로 되찾은 KS 기회

입력 2018-11-11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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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택형. 스포츠동아DB

“너 이제 경기 나갈 수 있겠다.”

SK 와이번스 투수조 막내 김택형(22)은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꿈의 무대로 통하는 한국시리즈(KS)에서 씩씩하게 위기를 넘어서는 법을 터득했다. 데뷔 4년차인 그에겐 세상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다. 팀 역시 김택형에게서 희망찬 내일을 본다.

생애 첫 KS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2-1로 근소하게 앞선 두산 베어스와의 1차전 5회 1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아 중심 타선을 이루는 김재환~양의지에게 연달아 볼넷을 허용했다. 곧장 교체된 김택형은 1자책점을 떠안았지만, 팀 승리(7-3)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가지 않아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쓸 상황도 안 생겼다. 어렵게 투구하다보니 힘이 들어갔다.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이 KS의 첫 기억으로 남았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던 제 모습을 되찾기만 하면 됐다. 더욱이 김택형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를 치르며 동료들 사이에서 ‘2승 투수’로 통했다. 2·5차전 위기 상황에 등판해 무실점 투구로 역전승의 근간을 마련해서다. 김택형은 “KS 1차전 영상을 돌려보니 긴장하고, 호흡도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 보여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며 “그 때의 기억을 지우고, PO에서 잘 던지던 모습만 계속 돌려봤다. 그 때의 이미지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넥센 시절 입단 동기이자 절친한 송성문의 말도 잊지 않았다. 둘은 PO 무대서 적으로 만나 “홈런을 치겠다”, “너는 꼭 잡겠다”는 장난 섞인 신경전을 주고받았는데, 결과는 김택형의 승리였다. 송성문과 두 차례 만나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김택형은 “시리즈를 마친 뒤 성문이가 ‘슬라이더가 정말 좋다. KS에 올라가 슬라이더로 승부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되돌아봤다.

압박감을 이겨냈다. 1-2로 뒤진 KS 4차전 9회 2사 1루 상황에 구원 등판한 김택형은 직전 타석에서 역전 2점 홈런을 쏘아올린 정수빈에게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가 완벽히 통했다. 승리는 따르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반등의 계기가 됐다.

손혁 코치는 “KS에서 던진 뒤 한 단계 올라서는 선수가 있고,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해 떨어지는 선수가 있다”고 했다. 김택형은 전자에 속했다. 그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경기 후 손 코치님께서도 ‘너 이제 경기에 나갈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선발 등판했던 김광현도 김택형을 두고 “평소 애교도 많고, 선배들에게 잘 다가오는 동생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자랑스럽다”며 기특해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 김택형은 “내 나이에 KS 무대에서 뛴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 자체로 큰 도움이 된다. 내겐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며 “우승을 꼭 이루고 싶다. 매일 밤 우승 세리머니로 그라운드 위에서 물을 뿌리는 장면을 상상하고 잔다”고 웃었다. “열심히는 누구나 한다. 이제는 무조건 잘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독려하는 김택형은 잊지 못할 자신의 가을을 써내려가고 있다.

인천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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