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경배 코치.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바야흐로 베테랑의 계절이다. 플레이오프(PO)~한국시리즈(KS)로 이어진 SK의 포스트시즌(PS)은 박정권과 김강민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PO에서 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 오른 김강민은 KS로 무대를 옮겨서도 5차전까지 3할 타율(5타점)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가을 사나이’ 박정권도 적재적소에서 4타점을 올렸다. 둘의 존재만으로도 SK 타선엔 묵직한 무게감이 생긴다.
한 발 뒤에서 둘을 바라보는 정 코치의 마음도 내심 뿌듯하다. “정권이와 강민이가 잘하면 나도 정말 기쁘다. 같이 뛰던 선수들이 몇 명 없는데다가 저런 베테랑들이 잘 해야 후배들이 그 뒤를 따라간다”며 미소 짓는다. “이번 PS에서도 둘이 많은 역할들을 해줬다. 강민이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수비를 잘한다”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실력을 유지하고 있고, 후배들을 이끌어갈 힘도 있다. 둘 다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선수들”이라고 강조했다.
“박정권, 김강민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할 만큼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다. 둘이 1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고전할 때면 앞장서 싫은 소리도 참 많이 했다. 흔들리는 둘 앞에선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 정 코치는 “동료이기도 했고, 내 후배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으면 몸이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내게 욕도 참 많이 먹었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이 최대한 오래도록 그라운드에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권이 몸을 보면 마흔이 넘어서도 야구를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렇게 됐지만, 너희는 좀 더 오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34~35살이 넘어가면 연습으로 극복해야 한다. 둘이 잘했으면 좋겠고, 훨씬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정 코치의 진심이 묻어났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