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마무리는 내 손으로…” 김광현의 바람은 이뤄질까

입력 2018-11-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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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김광현(오른쪽)은 또 한번의 헹가래 투수를 꿈꾼다. 2010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나고 선배인 포수 박경완(현 배터리코치)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한 뒤 달려가 끌어 안았던 것처럼 말이다. 스포츠동아 DB

2010년 10월 19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앞서던 SK는 이날도 승기를 잡자 1차전 선발이었던 김광현(30)을 투입했다. 정규시즌 31경기에서 17승7패, 평균자책점(ERA) 2.37을 기록한 ‘에이스’에게 ‘헹가래 투수’ 역할을 맡긴 것이다. 김광현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모자를 벗어 포수 박경완(46·현 SK 배터리코치)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당시 소년티가 남아있던 김광현은 어느덧 중고참이 됐다. 그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S 6차전에서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완성하는 장면을 꿈꾼다. 마치 8년 전 그날처럼….


● 길었던 쉼표를 지운 김광현

2010년 우승 이후 김광현과 SK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쉼 없이 달렸던 김광현은 지난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이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안식년’을 가졌다. SK의 절대강자 이미지도 조금씩 퇴색됐다. 2007년부터 4년간 세 차례 KS 우승컵을 차지했던 왕조에 쉼표가 찍혔다.

숨을 고른 김광현은 올해 그 쉼표를 지우는 데 앞장섰다. ‘복귀 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25경기에서 11승8패, ERA 2.98을 기록했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의 색깔에 에이스의 활약이 더해진 덕분에 SK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PO)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꺾은 SK는 KS 5차전까지 3승2패로 두산에 앞섰다. 6차전에서 승리하면 2010년 이후 8년 만에 우승한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SK 하면 김광현, 김광현 하면 SK

김광현은 KS를 앞두고 “대부분 두산의 절대우세를 예상하는데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9일 KS 4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다짐을 지켰지만, 불펜의 난조로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시즌 마지막 등판은 아니라는 각오다. “만약 7차전까지 간다면 무조건 등판하고 싶다. 6차전도 마음의 준비는 하겠다. 2010년처럼 우승의 순간을 장식하고 싶다.”

이틀 휴식 후 등판은 아무리 짧은 이닝이라도 부담스럽다. 시즌 내내 관리를 받은 김광현이라면 더욱 그렇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본인의 의지는 고맙지만 당일 컨디션을 지켜봐야 한다. 가급적이면 등판시키지 않고 싶다”고 밝혔다. 만일 점수차가 넉넉히 벌어진다면 모를까 승부처 투입은 자제할 분위기다. 하지만 상징적인 장면 연출과 김광현의 팀 내 위상을 생각한다면 2018년 마지막을 김광현이 장식하는 그림은 충분히 욕심낼 만 하다. 6차전 결과에 따라 7차전으로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SK 하면 김광현, 김광현 하면 SK.” 이만수 전 SK 감독이 2012년 롯데 자이언츠와 PO를 앞두고 던진 말이다. 6년이 지났지만 김광현은 여전히 SK의 상징이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 라커 출입구에는 우승 트로피 세 개가 진열돼있다. 그 맞은편 벽에는 2010년 김광현의 인사 세리머니 장면이 인쇄돼있다. 김광현은 또 하나의 영광을 그 옆에 새기려 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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