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특급조커’ 허도환 “SK 이적으로 ‘내일’이 생겼습니다”

입력 2018-11-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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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허도환.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허도환(34)은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에서 특급 조커로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다. 포수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승부와 직결되는 단기전의 특성상, 주전 포수 이재원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했다면 SK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은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모 아니면 도’의 싸움인 PO 5차전에서 에이스 김광현과 호흡을 맞추며 또 하나의 경험치를 추가했다. 백업포수로 나섰던 2014시즌 KS보다 오히려 더 긴장되는 무대였지만,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허도환은 ‘저니맨’의 이미지가 강하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뒤 넥센~한화 이글스~SK까지 총 4개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7시즌 1경기 출장이 전부였던 두산 시절을 제외하면, 꾸준히 포수로서 존재감을 자랑한 덕분에 안방에 문제가 생겼던 팀들이 그를 찾은 것이다. 2017시즌 직후에도 2차드래프트를 통해 SK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허도환은 올해 정규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273, 1홈런, 1타점의 성적을 거둔 게 전부다. 그러나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허도환을 PO 엔트리에 발탁했다. 넥센 시절(2013~2014시즌) 가을잔치에서 쌓은 경험치에 높은 점수를 줬다. 힐만 감독이 허도환과 베테랑 이성우를 유독 아낀 이유도 풍부한 경험과 수비에 강점이 있어서다.

SK 허도환. 스포츠동아DB


허도환 본인도 SK에서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못 했단다. 선수층이 워낙 두터운데다 이재원과 이성우의 입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잔치를 스스로 ‘반전’으로 여기는 이유다.

“가을야구는 생각조차 안 했다. 그저 기회를 주신 팀에 감사했고, 그래서 더 이기려고 했을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하든 팀이 이기면 된다’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다. 박경완 배터리코치님과 함께 블로킹 훈련을 열심히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코치님들의 지도를 어느 정도만 따라가도 절반은 한다.”

‘감사’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그라운드를 밟는다.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을 때 자신을 받아준 팀을 잊을 수 없다. “이적이 독일지 약일지 몰랐다. 확신이 없었다. 다행히 SK의 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도 잘해준다. 힘들어할 때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코치님들께서 일부러 운동도 더 많이 시켜주시곤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SK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큰 울림이 있는 한마디였다. “SK는 내게 ‘내일’을 만들어준 팀이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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