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V4를 수놓은 ‘에이스·가을 DNA·힐만’

입력 2018-11-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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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SK가 5-4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SK 김광현(왼쪽에서 두번째)이 두산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은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18년 가을의 주인공은 SK 와이번스였다. 8년만에 한국시리즈(KS)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통산 4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 속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SK의 2018년 가을을 정리했다.


● 토종 에이스 김광현의 귀환

이제 김광현이 가진 우승 반지는 총 4개(2007·2008·2010·2018)다. SK가 들어올린 4개의 KS 우승컵엔 모두 김광현의 손길이 닿아있다. 프로 입단 첫 해 제 손으로 우승 반지를 따낸 김광현에겐 ‘승리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다.

에이스의 귀환은 화려했다. KBO를 대표하는 토종 좌완 선발인 그는 팔꿈치 수술로 2017년을 통째로 쉬었다. 조심스레 복귀 첫 발을 내딛은 2018년은 김광현과 SK 모두에게 대성공이었다. 꼭 부상이 아니더라도 컨디션에 따라 41일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을 만큼 트레이 힐만 감독의 철저한 몸 관리 하에 시즌을 치렀다. 25경기 평균자책점 2.98에 11승을 거뒀다. 규정이닝(-8)을 채웠다면 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2위, 국내 선수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렇게 SK의 기둥은 마운드로 돌아왔다.

포스트시즌(PS)에서도 에이스이자 분위기 메이커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승수는 없었지만, 1선발을 맡아 3경기에 나서 팀 내 가장 많은 17.2이닝을 소화했다. KS 5차전을 앞두고선 그간 수집했던 우승반지를 경기장에 챙겨와 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일종의 동기 부여였다. 김광현이 버티는 SK 덕아웃은 늘 꽉 찬 느낌이었다.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렸다. 연장 13회초 2사 SK 한동민(가운데)이 우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성공적인 가을 DNA 이식

더 이상 SK의 ‘가을 DNA’는 일부 베테랑의 전유물이 아니다. 통산 4번째 우승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모두의 것이 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 연장 10회 승부를 뒤집는 김강민~한동민의 연타석 홈런은 SK가 이뤄낸 신구조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PS 전문가와 새내기가 합심해 팀을 KS 무대로 이끌었다.

형들이 당기고, 동생들이 밀었다. “베테랑의 경험을 믿는다”던 트레이 힐만 감독의 기대는 그라운드에서 결과로 나왔다. 김강민, 박정권이 공격의 선봉에 서 적재적소에 승리로 향하는 점수를 뽑아줬다. 깜짝 스타도 많다. 생애 첫 가을 무대에서 한동민은 PO 4차전부터 KS 1차전까지 3연속경기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6차전 결승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3루를 오가며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 강승호를 비롯해 함께 SK 내야를 이끌어갈 최항, 박승욱도 공수 양면에서 마음껏 존재감을 뽐냈다.

SK의 왕조시절 차례로 입단한 김태훈(2009년)과 박종훈(2010년)은 PS 데뷔와 동시에 우승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정규시즌 14승(리그 4위)을 거둔 박종훈은 PS 3경기에 선발 등판해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필승조 김태훈은 자신 커리어의 새 지평을 열었다. 마무리 투수 정영일과 막내 김택형 역시 생애 첫 PS에서 호투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 선수들에게 닿은 힐만의 진심

SK 선수단의 ‘아버지’로 통하는 힐만 감독은 지는 날도, 이기는 날도 선한 미소로 선수들을 껴안는다. 특히 선수들과의 대화를 참 좋아한다. 감독 혹은 선수의 요청으로 일대일 면담을 자주 갖는 분위기라 서로의 속마음도 훤히 알고 있다. 매일 같이 “How are you?(어떻게 지내?)”라고 물어오는 힐만 감독에게 SK 선수들은 저마다의 마음을 활짝 열었다. 박종훈은 “안녕이란 단순한 인사 대신 나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그 말이 참 좋다”고 말한다.

2년의 시간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힐만 감독의 리더십과 팀 특유의 활기찬 덕아웃 분위기는 무한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완벽하지 않은 발음으로 “괜찮아”, “문제없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힐만으로부터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분위기가 전파됐고, 효과를 발휘했다. 힐만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앞두고 SK가 우승을 각오하면서도 아쉬운 마음 또한 감추지 않았던 이유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친 SK의 중심엔 늘 같은 자리에서 따스한 품을 내어준 힐만 감독이 있었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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