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감독이 보여준 패배 팀의 품격

입력 2018-11-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구단주 박정원(왼쪽)-SK 구단주 최창원.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2015년 잠실야구장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해 우승에 실패한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현 LG 트윈스)은 전 선수단을 3루 덕아웃 앞에 서게 했다. 끝까지 두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지켜봤고, 박수로 축하했다.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장면이다. 류 감독은 “우승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선수들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처절한 승부의 세계다.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전쟁터라고 표현한다. KS에서 패배는 눈물이 날 정도로 쓰라리다. 구단주와 프런트 감독, 코칭스태프 역시 마찬가지다.

12일 늦은 밤 KS 6차전이 연장 13회 혈투 끝에 SK 와이번스의 우승으로 끝나자 박정원 두산 구단주는 서둘러 3루쪽 관중석으로 이동했다.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던 최창원 SK 구단주에게 다가가 활짝 웃으며 힘껏 포옹했다. 최창원 구단주도 정중히 모자를 벗고 인사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 직후 아쉬움이 묻어있던 박정원 구단주의 표정은 환한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우승팀에 대한 예우이자 진심어린 축하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세리머니와 시상식이 모두 끝날 때까지 40여 분간 기다렸다.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SK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힐만 감독은 자신을 기다려준 김 감독에게 큰 고마움을 전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철했지만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