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감독이 KBO-SK에 남긴 것

입력 2018-11-15 1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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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제 6대 힐만 감독 이임 및 제 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 SK 힐만 전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5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제 6대 힐만 감독 이임 및 제 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 SK 힐만 전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매일 만들어나가는 관계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자주 웃으세요. 자주요.”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55) 감독이 떠나는 자리엔 마음의 정을 나눈 수많은 친구가 함께였다. “언젠가 나의 미국 집에 초대해 함께 밥을 먹고 싶다”는 힐만 감독에게 SK 구성원들은 동료를 넘어선 가족이었다. 소통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2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팀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이뤄낸 힐만 감독이 KBO와 SK에게 남기는 강렬하고도 따뜻한 메시지다. 힐만 감독은 15일 인천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랜 시간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염경엽 신임 감독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 팬들에게 전한 감사함 등 진심을 담은 마음을 남겼다.


-마지막 행사를 가졌다. 기분이 어떤가?

“시즌 20경기를 남기고 특별한 카드를 준비했다. 매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내용을 썼다. 2년의 시간 동안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고 뜻 깊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란 생각을 갖고 떠나겠다.”


-한국에 처음 온 순간을 기억하나

“어제처럼 잘 기억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당시 주장이었던 김강민을 만났다. 며칠 후엔 숙소에서 김강민과 전력 분석팀과 오랜 시간 미팅 가지기도 했다. 2년을 보내며 남긴 게임 카드, 메모도 많다. 물론 그보다는 지난 3주의 시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15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제 6대 힐만 감독 이임 및 제 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 SK 염경엽 감독과 힐만 전 감독(오른쪽)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5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제 6대 힐만 감독 이임 및 제 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 SK 염경엽 감독과 힐만 전 감독(오른쪽)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염경엽 신임 감독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염 감독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함께 2년을 보내며 얼마나 디테일한 감독인지 잘 알고 있다. 장점을 꾸준히 살려나가면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염 감독은 첫 해 단장으로서 나는 감독으로 같이 출발했다. 첫해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시즌을 준비하고 보내면서 좋은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었다. 배울 것이 많았다.”


-한국 야구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한국은 선수들과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는 만큼 선수들이 바로 다가와 줬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더 이상 같이 일을 하는 동료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친구이자 식구다. 언제든 미국 집에 초대해서 같이 밥을 먹고 싶다.”


-KBO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총재와 몇 차례 식사를 하며 느낀 것은 야구라는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가 최우선의 가치다. 그런 점에서 팬들과의 인연과 관계를 놓아서는 안 된다. 팬들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꾸나?


“향후 감독직 기회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감독보다는 코치 쪽으로 갈 길이 더 열려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 시즌 잘 준비해서 우승을 하는 것은 늘 목표이자 꿈이다.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 어떤 역할을 하든 충실하게 팀을 위해서 우승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렸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뒤 힐만 전 감독(가운데)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렸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뒤 힐만 전 감독(가운데)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SK가 어떻게 발전했나

“처음 인천에 왔을 때 외국인 선수들로부터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낼 것 같다’는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도 에너지가 넘치고 노력하는 선수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간 선수들이 보여준 노력과 열심히 하는 모습은 정말 훌륭했다. 작년 시즌 시작할 때부터 피칭 수준의 발전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KBO 전체가 피칭에서 발전해야한다. SK에선 많은 발전을 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50점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 구단에 있는 모든 분들의 힘이 필요했고. 덕분에 올해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 2년을 돌아봤을 때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 성과를 이룰 수 있었고.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2년 동안 현명한 선택도 많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선택도 많았다.”


-한국에서 배워가는 것이 있다면

“한 팀에 열정이 가득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많은 선수들이 있을 때 성공이란 것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는지 알 수 있었다. 변화가 필요할 때는 변화를 시도해야한다. 감독은 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실천해야 스태프와 선수들도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작년보다 올해 성장 했다. 또 지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변화를 통해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SK다운 야구를 보여줬다. 지난 3주간 만든 추억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필드에 나가 함께한 것 자체로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관계라는 것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 여러분들의 인내력과 불굴의 의지가 그간 함께한 어떤 팀, 선수들보다 훌륭했다. 여러분들이 가진 믿음으로 여러분들에게 다가오고 찾아오는 삶 자체를 받아들여라. 매일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배우는 자세를 가져라. 힘든 시기가 있을 때나 고난이 있을 때는 두려워하지 마라. 그 순간이야말로 하나님이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또 가족을 사랑하고, 매일 만들어나가는 관계를 절대 놓치지 마라. 하루라는 시간동안 1초 1초를 소중하게 대해라. 자주 웃어라. ‘감사합니다!’(한국어로)”

인천|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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