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 포수로 양의지(두산 베어스)는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KS) 1~6차전 모든 이닝을 교체 없이 포수로 뛰었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1차전을 패하며 마지막까지 쉽지 않은 경기가 이어진 시리즈 내내 양의지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지난해는 달랐다. KIA 타이거즈와 KS 1차전 선발출장 포수는 양의지가 아닌 박세혁이었다. 양의지는 지명타자 역할에 전념했다. 박세혁은 5차전에도 7회 양의지와 교체돼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는 올 시즌 종료와 함께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획득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양의지의 뛰어난 투수 리드와 수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또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 고비 때마다 양의지 특유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 빛났다. 공격에 있어서도 양의지는 20타수 9안타 타율 0.450 5타점 OPS 1.006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양의지가 감독 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버텨야 하는데….” 양의지에 대한 감독의 깊은 신뢰와 믿음이 듬뿍 담겨진 말이었다.
양의지는 ‘두산 전력의 절반’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KS 풀타임 기용은 감독 스스로 두산에 양의지가 꼭 필요한 이유를 강렬하게 표현한 메시지로도 풀이할 수 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김 감독은 누구보다 양의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공은 두산 경영진의 판단, 그리고 양의지의 선택으로 넘어갔다. 내년 양의지가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KBO리그 전체 판도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