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배우 이나영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됐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돌아온 이나영은 오랜 시간의 공백을 채우기 충분한 연기로 관객들 앞에 돌아왔다. 탈북자이자 아이의 엄마로 ‘뷰티풀 데이즈’에서 다양한 감정선을 그려냈다. ‘뷰티풀 데이즈’ 속 이나영의 캐릭터가 표현할 연기가 많기 때문에, 그 역시 연기를 준비하면서 오랜 시간 공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
“저는 준비할 때 공부하듯 파고드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 (상황들이) 저에게 생소한 것들이 많으니까요. 스타일상 그런 것들을 연구하는 편이에요. ‘뷰티풀 데이즈’에도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생활들이 있었죠.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을 만나 뵀을 때, 이미 감독님이 거기에 잘 묻어 계셨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질문이 많았죠.”
그렇게 준비해 표현한 캐릭터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만난 이유도 그렇겠지만,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이나영의 모습과도 많이 달랐다.
“다른 언어를 쓰니까요. 전 배우는 항상 다른 언어를 쓴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보이는 언어였는데, 어려워하면서도 재밌었던 것 같아요. 워낙 시나리오를 재밌게 봤고,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이기도 했죠. 그래서 보시는 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요.”
이나영은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오랜 시간이 걸린 복귀인 만큼 이번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심이 존재했을 터. ‘뷰티풀 데이즈’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톤의 영화를 참 좋아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지문이 많지 않았어요. 대본도 얇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많이 느껴졌죠. 담백하면서도 시크하기까지 하다고 했는데, 먹먹함이 느껴지는 표현들이 그 안에 있게 만들었어요. 그걸 전달해드리고 싶었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먹먹한 영화를 좋아해요. 좀 보고 먹먹하면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그런 영화를 좋아하죠. 그래서 이 작품을 선뜻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워낙 굴곡 있는 삶이고, 상상하지 못하는 삶에서 관객들이 이입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그게 전체적인 의상과 모습에서도 잘 나타날 것 같아서, 그런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썼어요.”
오랜만의 현장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저는 그냥 똑같더라고요. 현장에 간 것도 똑같고요. 설렐 겨를도 없고, 대본에 감정 이입을 하느라 이렇다 저렇다가 없었어요. 항상 같았죠. 항상 많은 감정들이 공존하는 현장이었어요. 설레기도 하고 희열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많은 감정이 교차되는 곳이 현장이었죠. 예전과 같았어요.”
8년의 공백. 어떤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의 공백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어요. 계속 대본은 보고 있었어요. 시나리오들은 계속 읽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나 관객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어떤 작품으로 뵙고 싶었어요. 좀 시간이 걸리기는 했어요. 많이 걸렸나요?(웃음) 제가 좀 더 자신 있게 내보이고 싶었어요. 조금씩 길어지는데, 또 애매한 걸 찾으면 혼날 것 같았어요. 배우 생활에서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지, 어떻게 보면 속도의 차이일 것 같아요. 빠를 때도 있고 느릴 때도 있고요.”
이번 영화는 이나영이 배우 원빈과 결혼한 이후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처음으로 임한 작품이다. 게다가 역할이 아들을 둔 어머니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더욱 이입이 되는 부분이 있었을 터.
“엄마가 돼서 이걸 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것과는 별개였어요. 그 영화의 분위기와 구성이었죠. (엄마라는) 그게 영향을 그렇게까지 주지 않았어요. 저도 생각을 안 해봤죠. 근데 질문을 받고 그때 생각을 해보면, 아직 머리로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 제 마음에는 경험이 있으니까 들어왔을 수도 있었겠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작품이기 때문에, ‘뷰티풀 데이즈’의 흥행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을 터.
“거창하지는 않아요. 그냥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바람은요. 이런 영화가 잘 될수록 더 많이 만들어질 거니까요. 잘 만들어야지 관객들이 많이 봐주시는 거니까, 저의 책임이 더 크죠. 그런 계기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