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강민국. 스포츠동아DB
구단 차원에서는 인지했지만 사장과 단장은 몰랐다. KT 위즈가 음주운전 이력의 강민국(26) 트레이드 논란에 내놓은 변명이다.
스포츠동아는 21일 ‘NC 다이노스가 소속 내야수 강민국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KBO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후 KT에 트레이드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NC는 보도가 나간 후 ‘KBO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KT 측에는 해당 사안을 전달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KT 역시 ‘강민국의 음주운전과 행정처분 이행 사실을 전달 받았으나 NC의 KBO 신고 여부에 대해서는 전달 받지 못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렇다면 KT는 정말 해당 사안에 대해 완벽히 인지했던 것일가.
우선 유태열 사장은 강민국의 음주운전 이력을 스포츠동아 보도를 통해 알게됐다. 이숭용 단장도 마찬가지다. 핵심 관계자는 “이번 트레이드는 양 구단 실무자 간에 주로 협의한 내용이다. 단장 주도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 단장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사장과 단장조차 선수의 범죄 이력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한 것이다. 만일 사장과 단장이 해당 내용과 향후 징계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트레이드 성사 여부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보도 직후 KT는 내부 회의를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운영팀 출신 특정 인사가 강민국의 음주운전 전력을 NC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적절한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탓에 사장과 단장은 물론 대다수의 핵심 인력들조차 몰랐다. 유태열 사장은 회의에서 이 사실을 접한 뒤 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트레이드를 주도한 KT 최재영 운영팀장은 16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지에서 스포츠동아에 “강민국의 음주운전 여부에 대해서 들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교차 검증을 위해 물었던 또 다른 핵심 관계자 역시 같은 답을 내놓았다. 보도 이후 또 다른 관계자는 “최재영 팀장이 스카우트로 오랜 시간 근무해 나름의 정보망을 통해 이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문서 등 공식적 루트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내용이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T 측은 공식입장을 발표한 뒤 “최재영 팀장은 정말 몰랐을 수도, 기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 부인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든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단순히 구단 내 소통이나 보고 채널의 문제만 따질 상황이 아니다. KBO 관계자는 “강민국과 관련한 일련의 사안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뒤 수년이 지나고 밝혀진 사례가 처음인 탓에 다양한 경로에 자문을 구한 뒤 유권해석을 내릴 예정이다. 강민국에게는 음주운전 적발 직후 면허취소라는 행정처분이 내려졌지만 벌금형은 형사처분이다. NC 측도 형사처분은 계약 발효 이후 내려졌다고 시인했다.
만일 이를 근거로 NC와 강민국에게 사후 징계가 내려진다면 KT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식적으로 밝혔듯 ‘어떠한 루트로든 내부에서 강민국의 음주운전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BO에서 트레이드를 승인하는 순간부터 강민국은 KT 소속이다. 소속 선수의 음주운전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NC와 마찬가지로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KT 관계자는 “KBO 보고 여부에 대해 세심하게 체크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설령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NC와 상무에서 정상적으로 뛰고 있으니 징계 등 절차 여부가 마무리 됐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했다. 그 때문에 피해를 떠안을 가능성이 생겼다. 세심하지 못한 점검과 원활하지 못했던 소통 탓에 NC 못지않게 KT도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