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SK 정진기가 꿈꾸는 2019시즌 대반전

입력 2018-11-2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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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진기.

SK 와이번스 정진기(26)는 ‘나’를 찾는 여정에 돌입했다. 이미 수차례의 시행착오 속에서 거듭 단단해진 그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굳은 결의와 함께 새로운 첫 발을 뗐다.

정진기에게 2018시즌은 참으로 가혹했다. 준비한 만큼의 결과가 따르지 못했다. 시범경기에만 하더라도 2연속경기 홈런을 터트리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6경기에 나서 7안타 7타점으로 5할 타율의 호성적을 냈다. 스스로에게 큰 기대를 걸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며 타격적으로 좋은 느낌이 있었다. 시범경기를 할 때까지도 운동을 하면 할수록 기량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기억할 만큼 준비 과정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는 또 달랐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실투가 인플레이 타구로 이어져야 하는데, 파울이 많이 났다. 그러면서 풀카운트에 몰리고 삼진도 많아졌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다보니 무너졌다. 야구가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없었다. 기술, 정신적으로 모두 부족했다.”

팀의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에 발을 맞추며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포스트시즌(PS)에서 대주자 요원으로 팀 공격에 적극 활력을 불어넣었다. KS에선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지만, 2득점을 올렸다. 그는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벤치에 있어도 우승을 하니 그렇게 좋았는데, 마지막 카운트를 잡는 순간 그라운드에 함께 있다면 성취감이 어떨지 느껴보고 싶다”며 “확실히 가을야구는 다르더라. 한 경기라도 지는 게 너무 아쉬웠다. PS를 치르며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다음 시즌에 돌입하면 매 경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이기고 싶다’는 간절함도 커졌다”고 털어놨다.

대신 우승의 기쁨을 누린 것은 잠시뿐이었다. 곧장 ‘다시 내 것을 찾아보자’는 다짐과 함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서도 확인한 개인 과제다. 정진기는 “감독님도 알고 있으시더라. ‘올해 네 것을 하나도 못했다. 지금부터 그걸 만들자’고 하셨다. ‘생각하고, 눈과 귀, 몸으로 느끼면서 야구를 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며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천천히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가진 것이 많은 외야 재원이다. 장타력과 컨택 능력뿐만 아니라 강한 어깨, 빠른 발까지 다방면에서 코칭스태프의 호평이 자자하다. 이제 자신의 색깔을 그라운드 위에 펼쳐내 보이기만 하면 된다. 그는 “가고시마에 와서 스윙 각도를 바꿔나가는 중이다. 이전에는 손을 써서 공을 맞추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공에 내 스윙을 한다는 느낌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많이 익숙해졌다”고 했다.

분명 정신적으로 한층 성숙해졌다. “다음 시즌에는 어려운 상황이 찾아와도 올해와는 확실히 다를 것 같다. 또 달라야 한다.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정진기의 겨울은 누구보다 뜨거울 예정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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