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빠진 FA 시장, 냉기가 넘쳐난다!

입력 2018-11-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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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SK 최정-이재원(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19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잠잠하다. 21일 개장한 뒤로 관망세만 이어지고 있다. 개장 첫 주말은 탐색전으로 보낸 만큼 조만간 계약 소식이 들려올 테지만, 과거의 흐름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다. 한마디로 매도자(FA) 우위에서 매수자(구단) 우위로 시장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매수세가 활발해야 시장에 활기가 넘치지만, 올 겨울 FA 시장에선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외에는 이렇다할 매수자가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하지만 여전히 속내는 다른 롯데, 그리고 NC 모두 두산 베어스 출신 포수 양의지(31)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 시장 활성화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또 포수 이재원(30)과 내야수 최정(31)의 잔류가 급선무인 SK 와이번스는 실질적인 매수자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FA 권리행사를 결정한 채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15명 중 양의지 말고는 여러 구단의 구미를 당길 만한 대물이 없는 현실이 매수세 감소를 촉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는 정반대였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에 신생팀이라 전력보강이 절실했던 KT 위즈, NC까지 합세해 FA 시장을 주도했다.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떠나보낸 한화 이글스도 한동안 공격적으로 외부 FA를 영입하며 ‘큰 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수열기가 넘쳐나면서 2017년 시장에선 내부 FA 이대호(롯데·4년 150억원), 외부 FA 최형우(KIA·4년 1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이 잇달았다.

2018년 FA 시장 때만 해도 삼성이 기습적으로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영입하자 순식간에 광풍이 몰아쳤다. 시장이 급속도로 뜨거워져 강민호를 놓친 롯데는 두산 소속이던 외야수 민병헌을 4년 80억원, 역시 강민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LG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친 두산 출신 외야수 김현수를 4년 115억원에 잡았다. 일종의 ‘방아쇠 효과’였다.


올겨울에는 과거의 큰 손들이 FA 시장 불참을 알리면서 개장 직후부터 냉기가 흐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외부 FA 영입으로만 한정해도 삼성은 172억원, KIA는 100억원, LG는 242억원, KT는 148억원을 썼는데 이번에는 모두 발을 빼고 있다(LG는 특히 한해도 거르지 않고 FA 시장에서 전력을 보강했다). 롯데와 NC 역시 양의지 외의 외부 FA 영입에는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이처럼 큰 손들이 외면한다면 시장의 결론은 빤하다.

변수는 있다. 양의지의 계약 시기와 규모다. 지난해 강민호의 사례처럼 양의지의 행선지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다면 또 다른 형태의 ‘방아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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