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7세 이하(U-17) 여자대표팀이 지난 18일(한국시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대표팀은 1무2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8년 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에서 정상을 밟은 U-17 태극낭자들이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이후 3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다시 기회를 얻었으나 한계가 뚜렷했다. 열정에 비해 실력이 부족했다.
맥 빠진 조별리그 광속 탈락의 아쉬움이 큰 가운데 이를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이는 축구 인들이 많다. 여자축구 인프라가 좋지 않고, 저변이 넓지 않으며 풀뿌리 체육으로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기본이 부족했다. 대한축구협회의 허술한 지원 탓이 크다. 특히 코칭스태프 운용이 이해할 수 없다. U-17 여자대표팀 허정재(49) 감독은 U-20 여자대표팀 지휘봉도 동시에 잡고 있다. 업무 과부화도 걱정이지만 한 쪽에 힘을 쏟으면 다른 곳에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는 정상적이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14일부터 조별리그가 시작한 U-17 여자월드컵 직전에 허 감독은 지난 달 24일부터 28일까지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U-19 챔피언십 1차 예선에 출전하면서 자리를 비웠다.
이 기간 코치들이 제자들을 지도했으나 함장이 없는 배는 항상 좌초 우려가 있다. 특히 두 대회 사이에 보름 정도 여유가 있었다곤 하나 상대를 정확히 분석하고, 우리 강점을 극대화시키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협회가 이러한 현실을 대비했다면 임시 감독을 타지키스탄에 파견하는 등 다른 방식을 택했어야 옳다.
협회의 허술 지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U-17 여자대표팀에는 단장도 파견되지 않았다. 세계대회, ‘월드컵’ 타이틀을 단 메이저 이벤트에 협회 고위급 임원이 동행하지 않은 국가는 많지 않다. 비슷한 시기 호주 브리즈번에서 평가전 시리즈를 소화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의 남자 A대표팀에는 협회 수뇌부가 여럿 동행해 대조를 이뤘다.
협회 측은 “U-17 여자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면 우리도 (단장을) 파견하려 했다”고 항변하지만 오히려 무관심을 인정한 꼴이다. 새삼스럽진 않더라도 어린 여자선수들에게는 오랜 시간 아픔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여자 A대표팀의 언니들이 틈날 때면 항상 반복하는 이야기가 있다. 폭발적인 인기도 아닌, 약간의 관심이다. 그럴 때면 협회도 살며시 동참해 따스한 사랑을 촉구한다. 가장 기초적인 지원조차 망설이는 협회가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을까. 협회부터 기본에 충실해야 동조를 구할 수 있는 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