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이 2019시즌을 앞두고 내·외야 잔디 전면교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8억3000만원을 지불한 뒤 부산시 측이 이를 임대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후보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신구장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선거 후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1985년 개장한 사직구장은 프로 10개 구단 홈구장 중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1960년), 잠실구장(1982년) 다음으로 오래됐다. 당초 축구와 야구 겸용 구장이었던 사직구장은 이미 잔디는 물론 각종 시설물 모두 낙후됐다. 야구 전용구장으로 지은 잠실구장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부산 팬들의 신구장 건립 여론은 십수 년째 뜨거웠다. 피부로 그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의 표심이 필요한 정치권은 야구를 이용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서병수 당시 시장(자유한국당)과 오거돈 현 시장(더불어민주당)은 나란히 야구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 전 시장은 ‘돔구장 신축’을, 오 시장은 개방형 야구장 건축을 다짐했다.
오 시장이 당선됐고, 이후 부산시의 움직임은 없다. 롯데는 2019시즌을 앞두고 내외야 잔디를 전면 교체 중이다. 2006년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바꾼 이후로 내·외야 잔디에 모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가 8억3000만원 상당을 투자했고, 부산시가 향후 임대료에서 이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부산시가 현 시점에서 지역 야구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잔디 교체 정도뿐인 셈이다.
‘인프라 전도사’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28일, “롯데의 연고지 라이벌인 NC 다이노스는 2019시즌부터 국내 최고수준의 신구장을 사용한다. 대전도 신구장 건립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로써 사직구장은 KBO리그에서 가장 낙후된 경기장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새 구장을 건립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부산시 차원에서 비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리모델링만이라도 몇 개년 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마디 핵심을 곁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리글리필드(시카고 컵스 홈구장), 팬웨이파크(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는 개장한지 100년이 넘었다. 예스러운 멋은 살리면서도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줬다. 지금 사직구장의 리모델링은 땜질일 뿐이다.”
한 원로 야구인은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992년에는 홈 관중 120만 명을 동원했다. 부산 팬은 물론 롯데를 사랑하는 팬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가”라며 한탄했다. “부산에 이러한 인파를 동원할 콘텐츠는 야구와 부산국제영화제뿐이다”며 “신구장은 롯데 구단이 아닌 부산시민과 전국의 야구팬을 위한 투자다. 부산시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