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민호 “뮤비 왕 연기…‘광해’ 보고 배웠죠”

입력 2018-11-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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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송민호는 잊어라. 첫 솔로 정규앨범 ‘XX’를 발표한 그는 그룹 위너나 예능 속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솔로 정규앨범 ‘XX’ 발표…전곡 작사·작곡에 프로듀서·아트 디렉터 참여까지, 송민호

위너 송민호·예능 모지리와 다른 모습
타이틀 ‘아낙네’, ‘소양강처녀’ 샘플링
올해 초 공황장애, 음악 작업하며 치유
예능 괴리감…은지원 선배 조언 큰 힘


이제까지 송민호(25)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스웨그’(swag·힙합의 멋) 넘치는 래퍼와 tvN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 속 ‘송 모지리’. 그 간극이 너무 커 때로는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유심히 본 이들이라면 그가 틀 안에 결코 가둘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야생마 같은 매력을 가진 그가 이번에는 또 다른 ‘자아’로 대중 앞에 섰다. 최근 선을 보인 솔로 정규앨범 ‘XX’는 위너의 송민호도, 예능프로그램 속 ‘모지리’도 아닌 오로지 “필에 충실한” 미노(MINO)다. 수록된 12곡 전 곡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서와 아트 디렉터로도 이름을 올렸다. 앨범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콘셉트에까지 참여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모두 펼쳐냈다.

앨범 타이틀인 ‘XX’는 전체를 포괄하는 메시지나 특정 의미에 “제한을 두기 싫어”서 그리 지었다. 그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 앨범인데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느냐”며 원초적인 본능과 사생팬, 파파라치 인터넷 매체 등에 대해 시원하게 ‘한방’ 날린다. 덕분에 수록곡 ‘시발점’과 ‘소원이지’는 19세 미만 청취 불가 판정을 받았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모두 들을 때 지루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한 명의 래퍼와 아이돌 가수라는 위치와 갈등 속에 작업한 곡들도 있다. 솔직한 제 감정을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불만의 내용이 담긴 가사가 나오기도 했다. ‘신서유기’로 저를 안 분들은 생소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괜찮지 않을까.”

위너 송민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아낙네’와 뮤직비디오는 재미를 넘어 신선하기까지 하다. 힙합 리듬에 1970년대 인기곡이었던 ‘소양강처녀’를 샘플링한 “뽕 힙합”이다. 이전까지 ‘소양강처녀’라는 곡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소속사 대표 프로듀서인 양현석의 제의로 곡을 만들었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한 여인을 그리워하는 방탕한 왕으로 변했다.

“처음 곡을 들어보고 굉장히 신선했지만 작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코드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촌스러워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멜로디만 지나치게 세련되면 느낌을 살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여인을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 선배님 연기를 참조했다.”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웃음기까지 싹 빼고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초 앓았던 공황장애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동안 억눌려온 것들이 터진 것 같기도 하고.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어떻게든 이겨내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 작업에 더 몰두하게 됐다. 지금 돌이켜보니 곡을 만들며 조금 더 이겨낼 수 있었다.”

가수로서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열정을 드러내지만 무대를 바꿔 예능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오면 또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끼를 발휘한다. ‘신서유기’ 시즌3부터 합류한 그는 시즌6까지 출연하면서 프로그램의 흐름을 좌우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 해당 시즌이 종료되기도 하고 새 시즌이 이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송가락’, ‘송화백’, ‘송모지리’라는 별명이 탄생했다.

속담을 푸는 퀴즈에서는 기상천외한 답을 연달아 내놓아 인터넷에는 ‘송민호의 오답 퍼레이드’라는 페이지까지 수십개 생겨났다. “어물전 망신은 개망신”, “얌전한 고양이, 개보다 못하다”, “가는 날이 오는 날이다”라는 어록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한림예고 동창이자 십년지기인 블락비 피오(표지훈)와 호흡을 맞춰 최고 시청률을 만들어냈다.

“신서유기를 통해 인지도가 많이 올랐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지훈이와 룸메이트 연습생 시절부터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꿈이었다. 나보다 똑똑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을 때도 있는데 내 캐릭터를 위협하는 것 같아 불안했다. 하하!”

위너 송민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속없이 웃는 것 같아도 그는 예능 이미지와 본업인 가수 사에서 생기는 괴리감에 대해 남몰래 고민도 많이 했다. 소속사 선배이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젝스키스 은지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원이 형도 같은 고민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고민을 털어놓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예능 속 모습도 인간 송민호이고, 음악 하는 모습도 너다. 솔직하게 진심으로 하면 된다고 했다.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100%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알겠더라.”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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