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아트 서커스 ‘쿠자’

입력 2018-11-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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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와 함께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쿠자의 가이드 역할인 트릭스터(위쪽)와 ‘페르시아 왕자’들의 대결을 연상케 하는 하이와이어 곡예 장면. 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

■ 태양의 서커스 ‘쿠자’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 중 최대 규모의 빅탑
환상적인 곡예와 음악·스토리 갖춘 종합예술


“태양의 서커스? 다 그게 그거 아니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쿠자는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는 시리즈가 참 많죠. 국내에 들어온 시리즈만도 4편이나 됩니다. 처음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 ‘퀴담(2007)’이 80회 공연에 17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친 이후 ‘알레그리아(2008)’, ‘바레카이(2011)’, ‘마이클잭슨 임모털 월드투어(2013)’가 줄줄이 들어왔습니다. 2015년에는 ‘퀴담’을 위한 빅탑이 또 한 번 세워졌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 중인 ‘쿠자’ 역시 태양의 서커스가 견고히 지켜온 공식을 유지합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찔한 곡예, 서커스에 예술이란 당의정을 입힌 안무와 조명, 이국적인 라이브 음악. 여기에 따뜻한 감동과 유머를 동시에 품은 캐릭터들이 아트 서커스의 끝을 보여줍니다.

‘쿠자’의 주요 인물은 순진무구한 외톨이 ‘이노센트’, 이노센트를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정체불명의 캐릭터 ‘트릭스터’입니다.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에서 빠질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좌충우돌 하는 ‘킹’과 두 명의 광대 ‘클라운즈’가 있습니다. 통제불능의 강아지(라고 하기엔 굉장히 큰) ‘매드독’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태양의 서커스의 다른 시리즈들도 그렇지만 ‘쿠자’를 보고 있으면 매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작품인 ‘호두까기 인형’이 떠오릅니다. 탄성과 박장대소, 그리고 또 다른 웃음인 미소가 입가에 드리워집니다.

빠르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과 함께 숨넘어갈듯 아찔한 곡예가 펼쳐지면 객석에서는 환호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와 박수가 쏟아집니다. 한바탕 돌풍이 불고 지나가면 우아하고 예술적인 무용이 이어진 뒤 다시 아찔한 곡예. 그리고 이 중간에 틈틈이 이노센트, 트릭스터의 스토리 전개와 광대들의 웃음이 삽입되죠. 이 ‘빠름-우아-웃음-다시 빠름’은 전형적인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의 구성이기도 합니다. ‘쿠자’ 역시 철저하게 이 구성법을 지켜나갑니다.

왕년에 게임계를 제패했던 ‘페르시아의 왕자’가 연상되는 줄타기와 거대한 두 개의 바퀴가 등장하는 곡예장면에서 최고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 두 장면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쿠자’는 이노센트가 초반부에 열었던 장난감 상자처럼 곳곳에 근사한 상징과 은유를 숨겨 두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노센트와 트릭스터의 의상은 완전히 다르지만 어딘지 ‘브라더룩’ 같은 패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노센트는 가로무늬, 트릭스터는 세로무늬입니다. 이노센트가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하얀색 연은 끝에 가서 색동연이 됩니다.

사람들의 존경심을 사고자 좌충우돌했던 엉뚱한 ‘킹’은 마지막에 자신의 왕관을 벗어 이노센트에게 씌워 주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따뜻한 판타지로 가득한 태양의 서커스 ‘쿠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행복해져라” 하는 공연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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