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역대 야구대표팀 감독의 명암

입력 2018-11-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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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팀은 전임감독제가 시행되기 전, 대개 현역 프로 팀 감독이 팀을 맡았다.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 두산 베어스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9전 전승 신화를 쓰며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우승 뒤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과연 ‘독이 든 성배’일까. 어느새 야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놓고도 이런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결과가 좋지 않고, 그에 따른 혹독한 비판이 불가피하다면 야구대표팀 감독직 역시 고난의 자리임은 분명하다. 2000년대 중후반 화려한 족적에 가려졌을 뿐, 역대로 한국야구를 이끈 대표팀 감독들 중에도 숱한 비난은 물론이고 커리어에 흠집까지 난 이들이 더러 있다.

이제 그 자리로 또 누군가를 보내야 한다. 병역특혜 논란의 후폭풍 끝에 물러난 선동열(55) 전 감독의 후임이라 더 어려운 자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승 금메달 신화의 주역 김경문(60) 전 감독, 2009년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조범현(58) 전 감독이 유력후보로 야구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말이 필요치 않은 명장들이다.

역대 야구대표팀 사령탑들 중 가장 큰 생채기를 입은 인물은 김재박(64) 전 감독이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동메달 파문은 지금까지도 한국야구의 대표적 ‘흑역사’로 언급되고 있다. ‘도하참사’만이 아니다. 2004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03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때도 김 전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쥐었다.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대만에 덜미를 잡혀 올림픽 본선행에 실패했다. 이른바 ‘삿포로참사’다. ‘현대왕조’를 연 김 전 감독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이다.

2013년 대만 타이중에서 펼쳐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도 마찬가지다. 류중일(55) LG 트윈스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지휘하던 시절이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 자격으로 대표팀 감독까지 맡았지만, 류 감독 또한 ‘타이중참사’를 겪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류 감독은 이듬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다소나마 명예를 회복했다.

‘국민감독’으로 유명한 김인식(71) 전 감독도 끝내 시련을 피해가지 못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에 이어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에선 홈팀 일본의 텃세마저 무력화시키며 우승을 일군 불세출의 명장이지만, 지난해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제4회 WBC 1라운드 탈락 이후 대표팀 감독 은퇴를 선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팀 구성단계부터 삐걱댄 끝에 또 하나의 참사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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