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공격수에게 필요한 것은 ②

입력 2019-01-09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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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곽승석(왼쪽)-정지석. 사진제공|KOVO

높은 타점과 파워는 타고난다. 우리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고전하는 까닭이다. 토종선수들의 신체구조상 2m 이상의 높이에 순발력과 파워까지 두루 갖춘 공격수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기준에 가장 근접했거나 당시 기준으로 보자면 앞섰던 선수가 레전드 스타 강만수였다.

DNA를 탓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높이와 파워를 대신해줄 다른 공격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공격의 폭이다. 어떻게 보면 공격수의 능력 가운데 팀과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

세터가 올리는 공 가운데 의도하지 않았거나 컨트롤이 나빠서 치기 어려운 곳으로 가는 공을 득점으로 성공해주는 능력(배구인들이 자주 말하는‘공을 달래서 치는 능력’)은 중요하다. 공격의 폭이 넓은 선수는 컨트롤이 좋은 투수와 같다. 세터의 연결범실을 잘 커버해주면서 득점까지 해주기에 벤치의 감독과 세터는 한결 경기하기가 편해진다.

● 공격수를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에서 돋보이는 토종들

현재 V리그 토종공격수 선수 가운데 공격의 폭이 넓은 선수는 대한항공 곽승석 정지석, 현대캐피탈 박주형, 우리카드 황경민이다.

대한항공의 살림꾼 곽승석은 한선수의 낮고 빠른 연결의 덕도 보지만 반대로 한선수의 연결이 좋지 못해도 어떻게든 때려서 실수가 눈에 띄지 않게 해준다. 완성형 배구선수로 꾸준히 진화해가는 정지석은 스파이크 서브를 때릴 때 어떤 토스 높이에서도 공을 상대코트에 꽂는 기술이 빛난다.

박주형은 야구로 치자면 배드볼 히터다. 네트 위로만 공이 올라오면 상대 코트에 강타로 꽂는 능력이 뛰어나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공격자세로 점수를 내는 능력이 기막히다.

한동안 라이벌이자 친구인 한성정에 밀려 자주 코트에 나오지 못했던 황경민도 공격의 폭이 넓어 세터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어지간한 공격수라면 네트에 걸리거나 코트 밖으로 나갈 나쁜 연결을 득점으로 성공시키는 이들의 공통적인 성공비밀은 빠른 스윙이다. 공격의 폭은 선수의 어깨 넓이와 관련이 있지만 스윙스피드도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전력의 서재덕은 눈과 머리가 눈에 띈다. 팀 사정상 외국인선수 역할을하는 서재덕은 높이도 파워도 외국인선수보다 떨어지지만 그들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주저 없이 때리는 과감성이 함께 상대의 빈 공간을 찾아내는 눈과 판단력이 최고다. 또 블로킹 벽을 이용하는 기술도 갖췄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 수비수를 어렵게 만드는 공격은 서재덕을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최고득표의 영광을 안겼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전력이 그나마 상대와 팽팽한 경기를 펼치는 것은 서재덕이 버텨주기 때문이다.이처럼 기술과 머리 눈과 판단력이 좋으면 타고나는 높이와 파워가 떨어져도 좋은 배구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배구 꿈나무들이 앞으로 어디에 신경을 써야할지 보여주는 훌륭한 롤모델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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