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난민 이슈’에 관객이 답하다

입력 2019-02-07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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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버나움'의 한 장면. 레바논 빈민촌을 배경으로 난민 이슈를 다룬 영화는 6일까지 7만 관객을 모았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영화 ‘가버나움’을 향한 관객 반응이 천천히 달아오르고 있다. 100개 미만 상영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설 연휴에도 발길은 이어졌다. 스크린에서 영화를 확인한 관객들은 감상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영화가 담은 난민 이슈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성영화 ‘가버나움’이 1월23일 개봉해 6일까지 누적관객 7만1098명(입장권통합전산망)을 모았다. 설 연휴 내내 극장에선 ‘극한직업’이 만든 코미디 열풍이 거셌지만 그 틈에서 50개~60개 스크린을 확보한 ‘가버나움’ 역시 관객을 꾸준히 불러 모았다.

누적 관객 수만 보면 같은 시기 극장서 상영한 상업영화들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이지만 상영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뒤지지 않는 열기다. 특히 국내 관객에게 낯선 레바논 배경의 레바논 영화가 만드는 이례적인 인기다.

‘가버나움’은 레바논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빈민 아이들과 그 곳에 정착한 난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발한 빈민 소년, 그가 만나는 아프리카 난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쪽에서 실제 벌어지는 비극을 담담하게 그린다.

‘가버나움’은 지난해부터 본격 촉발된 국내 난민 문제와도 연결해볼만한 작품이다. 물론 굳이 난민 이슈를 꺼내지 않더라도, 핍박받는 인간을 돕는 데 과연 어떤 이유가 필요한지를 되묻는 울림도 만든다.


● 제작진이 설립한 ‘가버나움 재단’ 국내 관객의 동참도


‘가버나움’에 출연한 주요 주인공들은 실제 레바논 베이루트 지역을 터전으로 삼은 시리아 출신 난민 아이들이 맡았다.

자식을 낳고도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 부모를 고발하는 12살 소년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영화에 캐스팅되기 전 베이루트 지역 시장에서 물건을 팔면서 살아간 난민 소년이었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주인공 자인의 삶이 곧 실제 자신이 겪은 삶과 같다는 점에서 관객은 작품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 출연하는 또 다른 아역 연기자들 역시 실제 난민들로 캐스팅됐다. 제작진은 비교적 사실적으로 이들의 삶을 스크린에 담은 것은 물론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인 도움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관객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SNS를 통해 ‘#가버나움 프로젝트’ 운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동일한 해시태그를 적어 공감대를 형성해 영화에 출연한 난민 어린이들을 돕자는 취지다. 1, 2차로 이뤄진 캠페인에서 85만7900원이 모였고, 이 돈은 재단에 기부될 방침이다.

‘가버나움’을 향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작품 자체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버나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나딘 라바키 감독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첫 번째 아랍국가 여성감독으로도 기록됐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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