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23년 만에 유니폼 벗고 공부하는 ‘지만이 형’

입력 2019-0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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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만 전 키움 코치는 선수·지도자로 23년간 프로팀에 몸을 담았다. 지난해 팀과 결별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낯선 야인 생활이지만, 야구 공부를 하면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요즘 공부해요~! 무슨 공부는 무슨 공부야. 당연히 야구 공부지, 하하하. 재미있어요. 코치를 오래 하지 않았지만 타격부터 주루, 외야수비까지 여러 파트를 해봤잖아요. 저만의 매뉴얼을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그동안 메모하고 기억해놨던 것을 하나로 정리한다는 의미도 있잖아요.”

송지만 전 키움 히어로즈 코치(46)의 음성은 선수시절 홈런을 펑펑 터트렸을 때만큼 밝았다.

야구팀에 오래 몸담은 선수들, 코치들은 팀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깊은 외로움과 초조함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속감을 그대로 표현하는 등번호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십수 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송 전 코치 역시 무려 23년간 프로팀에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해 선수로만 18시즌을 뛰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스프링캠프로 떠난 2월은 남아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고독한 시간이지만, 송 전 코치는 씩씩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키움은 선수시절 팀의 리더로서 크게 헌신했던 송 전 코치와 결별했다. 구단은 팀을 떠나는 것을 만류했지만, 서로가 원하는 역할이 많이 달랐고 결단을 내렸다. 송 전 코치는 “정이 깊이 든 팀이고 선수들과도 가깝기 때문에 당연히 아쉽다. 그러나 팀이 원하는 역할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지금은 남아있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팀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망설이지 않았다”고 담담히 털어놓았다.

송지만 전 키움 코치. 스포츠동아DB


송 전 코치는 현역시절 화통한 성격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이끄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타격이론과 상대 투수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는 굉장히 꼼꼼하고 깊이 파고드는 또 다른 모습도 보여줬다.

2008시즌을 앞두고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돼 히어로즈에 인수됐을 때는 후배들의 방출을 막기 위해 프리에이전트(FA) 계약 포기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해 깎인 연봉이 무려 3억8000만 원이었다. 이듬해 히어로즈는 새 구단 버스를 장만했는데, 후배들은 “저 버스가 다 지만이 형 깎인 연봉으로 산 것”이라며 에둘러 고마움을 표현했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송 전 코치는 자신을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항상 조용히 헌신해왔다. 화려하게 포장되지 않았지만 타격과 주루 모두에서 뛰어난 능력을 입증했다.

‘코치님’에서 ‘지만이 형’으로 되돌아온 송지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겠다. 선수 때 커리어는 은퇴하는 순간 그대로 과거일 뿐이다. 선수와 코치는 전혀 다른 직업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느꼈다”며 특별한 숨고르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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