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룡 “지금까지 이런 날은 없었다…요즘 너무 잘나가서 겁나요”

입력 2019-02-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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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의 1300만 흥행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활약을 이어가는 배우 류승룡.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1000만 영화만 4편, 배우 류승룡을 만나다

‘극한직업’? 흥행 욕망 갖지 않으려고요
‘킹덤’에선 창작에 대한 허기 채우는 중
늘 사람과 맞닿아 있는 배우가 나의 꿈


바로 지금,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핫한’ 남자를 꼽으라면 누구일까. 배우 류승룡(49)을 가리킨다면 과장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는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류승룡은 최근 주연 영화 ‘극한직업’으로 1300만여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앞서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이듬해 ‘7번방의 선물’, 2014년 ‘명량’으로 3년 연속 각기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1000만 클럽 회원’으로서 힘을 과시하며 ‘극한직업’의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끌고 있다. 동시에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드라마 ‘킹덤’으로는 조선시대를 배경 삼아 좀비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콘텐츠 유통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기도 하다.

주연 영화의 ‘대박 흥행’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는 만큼 그를 향한 대중적 관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겁이 나기도 한다”며 겸손해 했다.


● “흥행 수치에 대한 욕망 갖지 않으려 노력”

사실 그는 ‘극한직업’을 1월23일 개봉하기에 앞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연으로서 책임감이기도 했지만 드라마 ‘킹덤’을 그 이틀 뒤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를 키웠다.

“공개 시점이 겹치는 만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잇따라 제 모습을 바라볼 대중이 자칫 피로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면 대중의 평가가 가장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기우였다. 1300만 명이 넘는 관객은 ‘극한직업’ 속 그에게 환호했다. ‘킹덤’으로는 국내외 시청자의 호평에 힘입어 시즌2 촬영에 나섰다.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경찰 마약반을 이끄는 고 반장 역을 연기했다. 극중 마약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치킨집을 위장 개업해 잠복수사에 나서지만 가게가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려냈다.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와 심각한 표정이 다양한 설정과 엇박자를 내는 역설로 통쾌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현재 1360만여 명에 육박하는 관객처럼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킥킥거렸고 촬영도 즐기면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찍는 내내 매번 배우들과 웃으며 행복해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덧붙였다. 연기하는 배우의 행복감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관객의 것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래서 ‘극한직업’은 그에게 “오랫동안 자산으로 남을 작품”이 됐다.

영화 ‘극한직업’에서의 류승룡.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다만 류승룡은 배우로서 그 같은 흥행 수치 자체에 대한 욕망을 갖지 않으려 애썼다.

“배우 입장에서 수치(관객수)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페이스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충실히 연기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네 차례나 ‘1000만 클럽 가입’의 영광과 성취감을 안고 있는 그이지만, ‘극한직업’을 선보인 뒤 설 연휴에만 매일 100만여 명의 관객을 모은 상황에서도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런 신중함은 “부족하더라도 관객이 응원할 수 있는, 사람과 맞닿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의 연장선상에서 지니는 태도이기도 하다.

‘극한직업’의 러닝타임 111분이 순식간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며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낸 류승룡은 드라마 ‘킹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더 큰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추악한 인간의 끝을 보여줬다.

류승룡은 극중 배고픔에 지쳐 살아 있는 인간을 물어뜯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괴물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들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헐뜯곤 한다. 그래서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인간인 것 같다. 여행을 하다보면 밤길에 사람과 마주치는 게 가장 무섭더라. 협심증이 있는 건가? 그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하하!”

그래도 자신을 대중 앞에 드러내야 하는 배우인 만큼 “사람과 맞닿아 있기”를 포기하지 않는 그는 여전히 ‘허기’를 느낀다. 1990년대 후반 연극무대 이후 20여 년 동안 연기활동을 벌이고 있어도 늘 채워지지 않는 게 연기에 대한 만족감이라고 했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대중과 공감할 것인지 끊임없이 탐구한다”는 그는 “저뿐만 아니라 연기자를 비롯한 모든 창작자들이라면 그런 허기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킹덤’을 통해 허기를 조금 달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어마어마한 영광이고 기회였다”는 그는 그동안 접하지 못한 환경과 조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를 풀어내는 재미를 경험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어 각 장점을 조합한 작업이었다. 드라마가 갖는 긴 호흡의 서사를 따르면서 영화처럼 깊이 있고 정교하게 촬영했다. 대본이나 연출 등 표현에 대한 수위도 자유로워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시즌1을 공개하기도 전에 시즌2 제작이 결정돼 신기했다.”

배우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미 시즌2 촬영을 시작한 그는 그 내용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즌1이 시청자에게 안긴 궁금증은 시즌2에서 기대 이상으로 해소될 것이다. ‘아, 그래서 이랬구나’ 반응하며 시즌1의 내용을 거둬들이는 맛이 있을 거다. 맞나?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하하!”

그는 ‘킹덤’이 시즌제로 이어가기 충분한, 탄탄한 이야기와 구성을 지녔다고 자부했다.

“시즌1과 2가 축구의 전·후반전이라면, 시즌3는 연장전이 될 것이다.”

류승룡은 여기에 더해 ‘킹덤’을 통해 한국의 미(美)를 담아내는 영상에 대한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평소 나무를 깎고 다듬어 테이블이나 명함꽂이 등 가구와 소품을 직접 만드는 취미를 즐기는 그는 3일 방송한 EBS 다큐멘터리 ‘백두대간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산을 오르내리고 강을 건너며 판소리, 남사당놀이, 모시 짜기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도 했다.

그는 “‘킹덤’이 산과 숲 등 자연의 아름다움, 궁궐과 의상 등 우리 고유의 문화와 그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겨울 풍경이 대부분이던 시즌1과 달리 이제 가능하다면 한국의 사계절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류승룡


▲ 1970년 11월29일생
▲ 199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 2004년 ‘아는 여자’로 스크린 데뷔
▲ 2007년 MBC드라마넷 ‘별순검’
▲ 2010년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
▲ 2011년 제32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최종병기 활’)
▲ 2012년 제33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내 아내의 모든 것’)
▲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 2013년 제50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7번방의 선물’)
▲ 2017년 영화 ‘염력’ ‘7년의 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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