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두산 김태형 감독 1차 캠프 결산 인터뷰 “양의지 공백, 팀 차원에서 메워야”

입력 2019-02-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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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17일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는 2018시즌 직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부동의 주전포수를 잃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 밀려 통합우승에 실패한 뒤 또 한 번 아픔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여전히 강팀으로 평가받는다. 두꺼운 야수층과 선발진의 힘, 위닝 멘탈리티를 갖추고 있어서다. 선수 한 명의 이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수장인 김태형(52) 감독도 의연했다. 그는 “선수가 빠져나간 공백은 팀 차원에서 메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전 훈련을 끝으로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친 김 감독을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만났다. 캠프 마지막 날까지 함덕주, 권혁, 최대성 등 투수들의 불펜투구를 면밀히 관찰하며 열정을 보인 그는 기자와 마주앉아 가감 없이 이번 캠프의 성과와 2차 캠프(2월 20일~3월 8일 일본 미야자키), 그리고 올 시즌의 구상을 털어놓았다.


● 가장 관심 가졌던 파트는 마운드

-1차 캠프의 총평을 부탁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선수들이 비시즌에 몸을 잘 만들어왔다. 덕분에 컨디션도 좋았다. 큰 부상자 없이 1차 캠프를 마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현지에 비가 많이 왔지만, 이틀 정도를 제외하면 야외 훈련도 문제없이 진행했다.”


-애초에 계획했던 포인트는 생각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본 파트는 마운드다. 이미 1선발부터 4선발까지(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이용찬~이영하)는 확정했다고 하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유희관과 장원준도 명예회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배영수도 마찬가지다. 선발로 나갈 수 있는 선수들은 전부 그에 맞게 준비시켰다. 전역한 윤명준과 NC 다이노스에서 이적한(양의지 FA 이적 보상선수) 이형범도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나다. 홍상삼과 최대성 등 빠른 공을 지닌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구위가 뛰어난 홍상삼과 최대성은 김강률과 곽빈의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카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다. 둘 다 굉장히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다. 관건은 경기운영능력이다. 지금으로선 홍상삼과 최대성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2차 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눈에 들어온 새 얼굴이 있다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 야수쪽에는 신인 두 명(송승환, 김문수)과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던 김경호, 삼성 라이온즈에서 이적한 정병곤이 있다. 신인 두 명이 괜찮았고, 김경호는 굉장히 발이 빠르더라. 백업으로 잘 준비해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기량을 지녔다고 본다.”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 김재환 4번 고정, 1루수는 경쟁


-감독 부임 첫해(2015시즌)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을 시작하기 전 불안감을 느끼는가.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지 않겠나.(웃음) 나도 여러 감독님들을 모셔봤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아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걱정하는 부분은 다 있다. 불안하기보다는 염려하는 부분이다. 지금의 멤버에서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과 정규시즌 들어갔을 때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감독이라면 다 똑같지 않겠나.”


-다소 이른 질문일 수도 있다. 야수층이 워낙 두꺼운데, 타순 구상은 어느 정도 됐나.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일단 김재환을 4번 타순에 고정하고, 정수빈을 리드오프로 내보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1번부터 5번까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최주환, 박건우 등을 잘 조합하려 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고려해야 한다.”


-페르난데스와 오재일의 주전 1루수 경쟁은 어떻게 보는가.


“둘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최주환도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우선적으로 경기에 나서게 되지 않을까.”


-페르난데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연습경기와 라이브 배팅을 지켜보니 기술은 좋더라. 몸 상태도 괜찮아 보인다. 미국에선 장타력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는데, 펀치력이 있더라. 자기 역할을 어느 정도는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양의지 공백, 개인 아닌 ‘팀’이 메워야


-양의지의 공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포수진에서 양의지가 빠져나간 자리를 메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양의지는 공수 양면에서 굉장히 좋은 포수다. 우리 포수들이 자기 기량을 최대한 보여주고 다른 선수들도 그만큼 잘하면 된다. 물론 우리 포수들이 기대이상으로 아주 잘해줄 수 있겠지만, 당장 공백을 메우겠다고 생각하면 운용이 안 된다. 팀이 전체적으로 발전해서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식으로 가야 한다. 김현수(LG 트윈스)가 이적했을 때도 그랬다.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을 더욱 끌어올려서 시너지효과를 내려고 했다.”


-2019시즌 외부에서 팀의 어떤 부분에 주목하길 바라나.


“팀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양의지가 이적하면서 팬분들도 ‘올해 두산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감독 입장에선 항상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는 목표가 깔려 있다. 우리도 그렇게 목표를 잡고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 이탈해도 강팀일 수 있다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가장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가장 주목할 포인트가 아닐까.”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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