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유망주 함준후,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

입력 2019-02-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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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함준후(가운데). 사진제공ㅣ KBL

고양 오리온의 포워드 함준후(31)는 농구 팬들에게서 잊혀진 이름이었다.

대학시절 만해도 함준후는 촉망받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오세근(KGC), 김선형(SK)과 함께 중앙대 전성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11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이어 4순위로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함준후에 앞서 선발된 오세근(1순위), 김선형(2순위), 최진수(3순위·오리온)는 팀의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함준후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전자랜드에서 4시즌을 보낸 그는 2016~2017시즌 SK로 자리를 옮긴 후 출전기회가 더 줄어들었고 올 시즌 SK와 오리온 간의 1대1 트레이드(송창무↔함준후)로 조용히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다. 오리온도 포워드 진영이 두꺼운 탓에 아예 엔트리조차 들지 못했다.

오리온은 최근 주축선수들의 줄 부상에 이승현, 최진수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면서 포워드 진영에 틈이 생겼다.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은 지난 16일 창원 LG, 17일 원주 DB와의 경기에 함누리를 투입했다. DB와의 경기에서는 23분52초를 뛰면서 12점·5리바운드를 기록, 팀 승리(96-80)에 기여했다. 함준후가 20분 이상 출전한 것은 전자랜드 시절이었던 2016년 1월 22일 오리온과의 경기 이후 처음이다.

추 감독은 “포워드 진영의 전력누수가 심해서 함준후를 엔트리에 올렸다. D리그(2부리그)에서 경기력을 보고 경기에 투입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LG와의 경기에서는 3, 4번(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으로 활용하다가 DB와의 경기에서는 2번(슈팅가드) 수비까지 맡겼는데 잘 해줬다.”고 함준후를 칭찬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소중한 기회였다. 함준후는 “20분 이상 뛴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그를 지탱한 것은 가족의 힘이었다. 함준후는 “제대로 경기를 뛴 지 3년도 더 지난 것 같다.

팀이 이기는 데에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다. 내가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
아니겠나. 기회가 오지 않아 힘들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털어놨다.

오리온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나면 이승현과 최진수가 돌아온다. 함준후는 다시 벤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포기할 마음은 없다. 언제 올지 모르는 출전 기회, 준비되지 않는 다면 모처럼의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A매치 휴식기가 지나면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늘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하겠다.”

함준후는 다시 ‘준비’에 나섰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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