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리포트] ‘경험자’ 베탄코트가 말하는 투타겸업의 어려움

입력 2019-02-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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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투타겸업’은 지난 몇 년간 국내 야구팬들에게 익숙해졌다. KBO리그 원년인 1982년, 김성한(당시 해태 타이거즈)이 10승·10홈런을 동시에 달성했지만 아직 리그 구성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이다.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하는 것은 ‘만화 야구’로 여겨졌다.

이를 다시 현실로 끌어올린 이는 오타니 쇼헤이(25·LA 에인절스)다. 오타니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했을 때부터 투타로 동시에 나섰다. 2016년에는 투수로 10승4패, 타자로 22홈런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켰다. 일본 언론은 ‘이도류’라고 표현하며 오타니를 띄웠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서도 겸업을 선언했지만 지난해 10월 결국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타자로만 나설 예정이다. KBO리그에서는 ‘슈퍼 루키’ 강백호(20·KT 위즈)가 올 초 화두에 올랐지만, 스프링캠프에서 한 차례 불펜 피칭 후 타자로 전념하게 됐다.

오타니 이전 MLB에서도 사례는 많았다. 크리스티안 베탄코트(28·NC 다이노스)도 그중 하나다. 포수가 주 포지션인 베탄코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이던 2017시즌을 앞두고 투타겸업에 나섰다. 하지만 타자로 8경기서 7타수 1안타, 투수로 4경기에서 3.2이닝 0실점을 기록한 채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지난해에도 MLB서 자리 잡지 못한 그는 올해 NC와 계약했다.

19일(한국시간) NC의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레이드파크에서 만난 그는 “투타겸업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 베탄코트는 당시 개막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겸업 지시를 받았다. 포수로 강한 어깨를 보였기에 나온 시도였지만 갑작스럽게 완성될 일은 아니었다. 최고구속 155㎞의 빠른 공이 있었지만 제구는 기대 이하였다.

그는 “지금 나는 포수·내야수·외야수 훈련을 다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투수는 다르다. 시간 분배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원로 야구인은 “투수와 타자는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훈련법도 차이가 난다. 한 우물만 파도 쉽지 않은데 겸업은 어렵다. 성공사례가 사실상 전무한 이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베탄코트는 “또한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투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에게 실전의 긴장감은 극복하기 힘든 문제다. 한 쪽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면 다른 한 쪽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MLB에서는 지난해 오타니 열풍을 타고 케일럽 코와트(시애틀 매리너스), 맷 데이비슨(텍사스 레인저스) 등 여러 선수들이 투타 겸업을 선언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마땅한 성공사례는 없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타니조차 전반기를 넘기지 못했다. 강백호의 투타겸업을 고민했던 이강철 감독도 “만약 백호가 투수로 완성돼 있다면 모를까, 굳이 억지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탄코트의 한마디는 무겁게 다가온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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