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가 제안한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가능성은?

입력 2019-03-04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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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니 인판티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또 하나의 스포츠 빅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을까.

이번엔 여자월드컵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3년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4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국제축구평의회(IFAB) 회의에서 “남북한이 2023년 여자월드컵 공동 유치를 신청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굉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남북 공동개최는 FIFA의 구상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2019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2월 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인판티노 회장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공동입장과 2032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등에 힘을 실어주면서 올림픽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듯, FIFA 또한 남북 화해에 도움이 되는 그림을 그려왔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6월 열리는 FIFA 차기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인판티노 회장이 세계적 관심사인 남북문제와 공동개최를 엮으면서 이슈몰이에 나선 것으로도 관측된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중순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같은 사실을 설명했다. 공동개최는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체부는 타당성 조사가 남아 있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축구협회가 이런 의향을 FIFA에 전달했고, 인판티노 회장이 이 부분을 IFAB 회의에서 언급한 것이다.

2023년 대회 유치는 이미 호주, 콜롬비아, 일본, 남아공 등이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2002년)을 비롯해 U-17월드컵(2007년), U-20월드컵(2017년) 등 FIFA 주관 남자 대회는 개최했지만 여자 대회는 없었다. 따라서 정치적 고려를 떠나 축구만으로도 명분은 충분하다. 또 한국은 인프라뿐 아니라 대회 운영 능력도 갖췄다.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의 의중이다. 공동개최는 정치적 판단이 우선이다. 북한과의 접촉은 FIFA가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반대하면 없던 일이 된다. 반대로 북한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면 그 때부터 실무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아시안컵 유치와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한국은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1960년 이후 63년만의 유치 도전이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5월 AFC 총회에서 개최국이 결정된다. 아시안컵은 2023년 1월, 여자월드컵은 6월에 열린다. 일정이 겹치진 않지만 같은 해에 큰 대회가 연거푸 열리는 건 감당하기 힘들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개의 국제대회를 한해에 치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남북이 공동으로 여자월드컵 개최를 신청하게 되면 아시안컵과 함께 유치작업을 병행하다가 어느 시점에 한쪽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FIFA는 15일까지 유치 신청 의사를 접수한 뒤 4월 16일 신청 등록을 마감한다. 유치 도시 선정은 2020년 3월 투표로 결정된다. 결국 FIFA와 북한의 실무 협상이 내달 중순까지는 윤곽을 드러내야만 유치 신청도 가능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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