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되이 보낸 내 27살에게 미안” KT 송민섭의 절치부심

입력 2019-03-05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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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복귀를 꿈꿨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송민섭은 “허무하게 날린 내 27세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올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KT 위즈

송민섭(28·KT 위즈)은 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KT는 창단 직후인 2013년 입단 테스트를 통해 육성선수들을 뽑았다. 송민섭은 KT가 1군에 진입한 2015시즌에 앞서 정식 계약을 맺었다. 창단 첫 입단 테스트로 뽑힌 육성선수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2016시즌부터 2년간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지난해 복귀 시즌을 앞두고 칼을 갈았다. 하지만 47경기 타율 0.148(27타수 4안타)로 기대에 못 미쳤다. 대주자, 대수비로 역할이 제한돼 있어 퓨처스리그에서 올린 타격감을 활용하지 못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KT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송민섭은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지난해는 그저 안타까웠다”는 말로 입을 연 그는 “아쉬움보다 더 큰 감정이다. 27세의 1년은 다시 안 돌아오는 시간 아닌가.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 것 같다”며 “20대 중반은 많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회를 잡겠다고 발버둥쳤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지난 시즌 종료 후 KT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이진영, 박기혁 등 베테랑들은 물론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20대 중후반 선수들까지 대거 방출의 아픔을 맛봤다. 온정주의가 가득했던 모습이 사라졌다. 송민섭에게도 마냥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상무 야구단 입단부터 전역, KT 복귀까지 함께 했던 (이)창진이가 지난해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다. KT에 대한 애정이 깊지만 나라고 트레이드나 방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제 나이도 적지 않다. 더 이상 떨어지면 그건 끝이다.”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연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던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야구를 경험했다. 이강철 감독과 김태균 수석코치의 ‘칭찬 리더십’ 덕에 비로소 야구를 즐기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야구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에만 몰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단순히 야구 자체에 몰입하고 있다. 야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자평했다. 이강철 감독은 “눈빛이 살아있다. 타격과 수비, 주루 모두 괜찮은 선수라 쓰임새가 많다”고 그를 높게 샀다. 실제로 최근 연습경기에서 꾸준히 외야 한 자리를 도맡고 있는 송민섭이다.

주위의 칭찬에도 송민섭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 그는 “새로 오신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눈도장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시즌 때 잘해야 한다. 시즌 때 잘하는 선수가 왕이다”라며 “나도 백업이 목표는 아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잡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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