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친 K리그, 올 시즌 흥행 돌풍 예사롭지 않다

입력 2019-03-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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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였던 K리그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오고 있다. 3라운드를 마친 2019 K리그1의 경기당 유료관중은 1만1590명이다. 지난해 대비 42%가 늘었다. 빠른 템포의 수준 높은 플레이가 이어지며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전을 찾은 축구팬들이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1층 스탠드를 가득 채운 채 ‘축구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983년생’ 프로축구 K리그는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나이를 먹고 몸집은 커졌지만, 실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정력이나 경기력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당연히 팬들은 외면했다. 경기장은 썰렁했고, 선수들은 뛸 맛을 잃었다. 유럽축구에 매료된 팬들의 눈높이와 간극은 점점 더 벌어졌다. 지난 몇 년간 발버둥을 쳤지만 힘에 부쳤다. 살아날 듯 하다가도 고꾸라진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그랬던 K리그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다. 올 시즌 초반 흥행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희망 섞인 분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2019시즌 3라운드를 마친 K리그1(1부)의 경기당 유료관중은 1만1590명이다. 대박을 터뜨린 개막 라운드(1만3226명)에 비해 2라운드(1만1163명)와 3라운드(1만381명)는 상대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1만 명 선을 지킨 건 고무적인 일이다. 8160명을 기록한 지난해와 견줘 약 42%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3라운드부터 경기당 6000명 선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과 비교하면 올 시즌 흐름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K리그는 지난해부터 유료관중만 집계했는데, 그 이전의 입장관중에서 거품을 뺐다.

특정 팀 쏠림 현상도 완화됐다. 지난해 3라운드까지 1만 명을 넘긴 구단은 4개 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8개 팀으로 늘었다.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고루 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K리그2(2부)의 3라운드까지 평균관중도 3166명으로, 지난해 대비 24.6%가 증가했다.

일단 K리그 경기가 볼만해졌다. 공격적인 성향이 뚜렷해졌다. 상당수가 치고받는 경기다. 템포도 빨라졌다. 팀플레이를 통한 수준 높은 패스도 자주 보인다.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흥행의 일등공신은 경기력의 향상이다.

이적시장의 활성화도 도움이 됐다. 문선민(전북 현대)과 김보경(울산 현대), 조던 머치(경남FC), 꽁 푸엉(인천 유나이티드) 등 새롭게 둥지를 튼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 K리그는 2018년부터 유료관중만 집계함. 그 이전은 무료관중이 포함된 평균관중.


누가 뭐래도 초반 흥행돌풍의 진원지는 대구FC다. 팬 친화적인 1만2000석 규모의 DGB대구은행파크가 개장하면서 새로운 응원 문화가 생겨나는 등 요즘 가장 뜨겁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포함해 3경기 연속 매진이다. 예매 없이 입장이 힘들고, 일단 경기장에 가면 즐겁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대구가 이슈몰이에 성공하면서 K리그 전체가 들썩거린다.

대구와 더불어 인천과 성남FC 등 시민구단들의 선전도 한몫했다. 이들 구단의 평균관중이 1만 명을 넘으면서 기업 구단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팬층이 두터워졌다.

이변 속출도 관심을 끌만한 요소다. 군 팀인 상주 상무가 3연승으로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 2부 강등의 위기를 겪은 FC서울은 무패(2승1무)로 제자리를 잡았다. 강원FC는 지난해 우승팀 전북을 잡는 기염을 토했다. 포항 스틸러스도 지난해 돌풍의 팀 경남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시즌 초반 판도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정상을 꿈꿀 수 있다는 의미인데, 결코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각 구단의 노력과 프로축구연맹의 도움, 그리고 축구인 모두의 인식 전환이 초반 돌풍의 원동력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안심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신호가 켜졌다고 믿는 건 예년과 달리 K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지 않다는 데 있다. 올해는 분명히 반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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