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여진구 “겁 많던 나, ‘왕이 된 남자’ 통해 스스로 확신 생겨”
배우 여진구는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돌아보며 “처음”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썼다. 1인2역을 소화한 것도 처음이지만 스스로의 연기에 처음으로 확신을 준 작품. 그리고 배우로서의 태도를 바꿔준 작품이기도 했다. 여진구에게 ‘왕의 된 남자’와 함께한 지난시간은 성장의 역사였다.
“정말 행복했어요. 칭찬도 많이 듣고 사랑도 많이 받은 작품이었으니까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감동과 힘을 받으면서 연기했죠. 이런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왕이 된 남자’는 조선의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여진구는 원작 영화에서 ‘국민 배우’ 이병헌이 소화한 광대 하선과 임금 이헌을 맡아 1인2역으로 소화했다.
“원작과는 성격이 확실히 다른 작품이라 생각했고 연기적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1인2역이라는 점에 유혹됐죠. 무섭기도 했지만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 같았고요. 젊을 때 파격적이고 다양한 역할을 많이 도전하자고 늘 생각하는데요. 가끔은 실망을 안겨드릴 수도 있고 시련도 있겠지만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 ‘왕이 된 남자’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2명이니까 해야 할 일도 더 많아지더라고요. 캐릭터들의 언행의 이유를 계속 고민하고 찾아나갔어요. 하선은 비교적 편했는데 이헌은 제 성격과 많이 다르고 그런 스타일을 연기해본 적 없어서 초반에는 많이 어색했어요. 이미지 탈피를 위해 선택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퇴폐적인 모습도 있잖아요. 강렬하고 자극적인 모습은 보는 분들이 기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많이 순화해서 표현했죠. 욕탕에서도 다 벗으면 과할 것 같아서 좀 덮었고요(?). 이헌은 여러모로 조심스러웠어요. 사극이고 임금이라 톤도 고민이 많았죠. 왕인데도 늘어지는 말투라 보는 분들이 어색하게 느낄까봐 걱정이었고요.”
“가장 염려하고 두려워한 신이었어요.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하니까 무섭더라고요. 평소에 상대방과 함께 연기해도 겁을 많이 먹는 편이거든요. 경험이 부족하니까요. 그런데 빈 공간을 보고 연기해야 하니까….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 1회 방송 때 완성된 대면 신을 보고 나서는 ‘더 욕심과 확신을 가지고 넓게 판을 짜도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왕의 된 남자’로 사극의 정점을 찍은 여진구. 사극을 온전히 제 장르로 만든 그는 “사극으로 인정받은 것에 대해 굉장한 뿌듯함과 동시에 다음 사극은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함을 함께 느꼈다”면서도 “벗어나야 하는 굴레나 틀로는 느껴지지 않고 이렇게 ‘장르 도장 깨기’를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의상 정도는 혼자 입고 벗을 정도는 된다. 사극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너스레를 덧붙이기도 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