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박종훈은 아직 2019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적절한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연이은 호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지만, 그는 “야수들이 수비를 잘해주니 선발 투수들의 성적도 좋은 것”이라며 동료들에 대한 믿음과 고마운 마음을 함께 꺼내 보였다. 스포츠동아DB
출중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1.59로 내로라하는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리그 5위에 이름을 올려뒀다. 토종 선발 가운데선 KT 위즈 금민철(1.25·리그 3위)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벌써 두 차례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내)를 작성했지만, 1패만을 떠안았다. 그럼에도 박종훈은 “승리는 흐름에 맞게 따르게 되어 있다”며 자신만만이다.
근래 SK는 투타의 부조화가 가장 큰 고민이다. 선발 평균자책점 1위(2.47)에 힘입어 팀 평균자책점 2위(2.80)에 올라있지만, 팀 타율은 10위(0.231)까지 밀려나있다. 때문에 선발 투수들에게 마땅한 승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3~5선발을 이루는 브록 다익손, 박종훈, 문승원이 나란히 0승에 발이 묶여 있다.
15일까지 SK가 거둔 12승 가운데 4승(3패)만이 선발 투수에게 주어졌는데, 리그 1위 NC 다이노스가 선발 평균자책점 3.21에도 9차례의 선발승을 따낸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에 타자들은 경기를 마친 뒤 투수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박종훈은 “나중엔 투수가 미안할 상황도 얼마든 있다”며 개의치 않는다.
더불어 박종훈은 야수들의 안정적인 수비에 남달리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수비를 잘해주니 선발 투수들의 성적도 좋은 거다. 선발 평균자책점 1위는 투수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속마음이다.
실제로 박종훈은 야수들을 믿었고, 덕분에 좋은 결과도 얻었다. 13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공 80개로 7이닝(1실점)을 책임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스트라이크와 볼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공을 바로바로 던졌다. 삼진을 잡으려는 생각도 없었고, ‘다 쳐라’라는 마음이었다”며 “그러다보니 모두 3구 안에 승부가 됐다. 앞으로도 최대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타자들을 맞춰 잡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초구 스트라이크는 다음 공의 구질을 정하고, 타자에게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아직 승리가 없는 데 대해서는 자신의 묘한 징크스를 떠올린다. 2018시즌 14승을 거두면서 10승을 원정에서 챙겨온 기억이다. 그는 “계속 홈경기를 치러서 승리가 없는 거다. 원정에 가야한다”고 웃었다. 특히 KIA전을 앞두고는 지난해 투구 모습을 되돌려봤는데, 글러브를 낀 왼손을 더욱 꼬아 드는 방법으로 정상 밸런스를 되찾았다. 이에 스스로도 “지금 느낌이 상당히 좋다. 다시 감이 잡혀 자신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료와 자신에 대한 두터운 믿음으로 박종훈은 다시금 첫 승 사냥에 나선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