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스포츠동아DB
콥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야구는 진화했다. KBO리그도 불과 몇 해 전까지 ‘발야구’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뛰는 야구가 각광을 받았지만 도루는 타고투저 흐름, 플라이 볼 혁명 속에 공격 옵션의 후순위로 처졌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도루가 다시 야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NC 다이노스 박민우는 “새 공인구의 반발력이 줄어들어 홈런이 잘 터지지 않으면 도루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홈런 숫자는 예상을 뛰어넘어 크게 감소했다. 125경기를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홈런은 304개에서 200개로 104개나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급격히 감소된 홈런의 빈 자리를 도루가 대신했을까.
KBO 공식기록업체인 야구통계전문기업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19시즌 KBO리그 초반 도루기록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숫자를 보이고 있다.
22일까지 125경기에서 시도된 도루는 총 231번(164개 성공)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경기수 기준 도루시도는 243차례로 올해보다 높았다.
홈런경쟁이 뜨거웠던 2017년도 시즌 초반 125경기를 기준으로 도루시도는 233차례였다. 2016년은 123경기 기준으로 288차례였다. 2015년은 124경기 기준, 321차례 도루 시도가 있었다. 올해와 비교하면 무려 90번이나 많았다.
홈런의 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도루 숫자가 오히려 감소한 이유는 여전히 각 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적극적인 변화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배경이다. 리그 장타율이 크게 감소됐지만 희생번트 작전 역시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88번→67번).
도루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인 부상위험도 다시 인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큰 원인 중 하나다. 두산 베어스에서 ‘발야구’를 유행시킨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은 NC 사령탑 시절에도 도루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점차 그 비중을 낮췄다. 김 감독은 “도루는 정말 좋은 훌륭한 옵션 중 하나지만 부상 위험이 너무나 높다. 자제시키는 것도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세이버 메트릭스 추종자들 역시 도루의 효용을 낮게 평가한다. 도루의 시대는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도루는 상대 배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자, ‘씬스틸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