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복, ‘대박’의 징표가 되다

입력 2019-04-27 09: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제복을 입으면 인생 캐릭터를 만난다. 성스러운 성직자의 복장인 사제복이 뜻밖에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을 상징하는 ‘대박의 징표’로 자리 잡고 있다. 흥미로운 징크스이다.

배우 김남길이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만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동시에 그동안 주연한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인 22%의 기록까지 세웠다.

출세작인 MBC ‘선덕여왕’을 통해 40%대의 시청률을 경험하긴 했지만 당시는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조연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 ‘열혈사제’는 그의 대표작이자 최고 기록을 안긴 드라마다.

김남길은 드라마 주인공인 ‘열혈사제’ 김해일 신부 역을 맡아 거대 권력의 추악한 비리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는 사제로 활약했다.

총 40부작 드라마를 소화하면서 고집스레 사제복만 입고 등장, 의상비 절약과 동시에 그만의 매력을 아낌없이 과시했다. 사제복 펄럭이면서 고난도 액션까지 소화하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는 그대로 시선을 빼앗겼다.

앞서 배우 김재욱 역시 사제복을 입은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를 통해 연기자로 한 단계 성장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도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드라마를 찾기 어려웠던 그는 ‘손 더 게스트’에서 악령을 좇는 사제로 활약하면서 시청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스크린에 머물던 사제 열풍을 안방으로도 옮긴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김남길과 마찬가지로 등장하는 대부분 장면에서 사제복을 고집했다.

김남길과 김재욱이 사제복 입은 매력적인 사제로 활약한 이들 드라마는 종영 뒤 나란히 시즌2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손 더 게스트’는 이미 시리즈 구상을 마친 데다 영화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열혈사제’ 역시 마지막 회에 ‘곧 돌아온다’는 안내 문구를 삽입해,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제복 성공의 공식’을 처음 시작한 주인공은 배우 강동원이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544만 명)에서 젊은 구마사제 역으로 활약한 그는 180cm가 훌쩍 넘는 큰 키에 사제복을 입고 등장해 관객, 특히 여성 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성스럽지만 섹시하다’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는 반응을 주로 얻었다. 덕분에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공백을 말끔히 딛고 흥행배우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강동원 역시 사제복이 ‘검은 사제들’의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데 동의했다. 영화 개봉 당시 그는 “여성분들이 수단(사제복)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사제복을 입고 인생 캐릭터를 만난 이들 배우들에겐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세 배우 모두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모델 출신이거나 모델 못지않은 비주얼의 소유자들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