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리가 놓친 수많은 ‘2019년 조상우’들

입력 2019-05-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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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조상우. 스포츠동아DB

[취재파일] 우리가 놓친 수많은 ‘2019년 조상우’들

#‘끝판왕’ 타이틀은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이 KBO리그를 떠난 2013년을 끝으로 공석이다. 그 후로 숱한 마무리 투수들이 왕좌에 도전했지만 오승환의 아성을 이을 이는 없었다. 그리고 6년 뒤, 그 후보가 또 한 명 나타났다. 주인공은 조상우(25·키움 히어로즈)다. 조상우는 10일까지 16경기에 등판해 17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14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로 호투 중이다. 한 차례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흔들림 없이 털고 일어났다. 올해 최고구속은 벌써 157.2㎞을 찍었다. 날이 더워지면 160㎞에도 도전할 기세다.

#조상우는 지난해 5월 원정경기 숙소에서 발생한 성폭행 혐의로 KBO의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았고,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6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1년을 쉬었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63.1이닝 투구에 그쳤다. 이러한 ‘안식년’이 조상우의 공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분명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해설위원 A는 “징계 기간에도 개인 훈련을 철저히 해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든 조상우의 노력도 작용했지만, 투수가 어깨를 아꼈다는 점이 더욱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KT 위즈 지휘봉을 잡았던 김진욱 전 감독은 “불펜투수에게도 안식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계투진 사이에서는 ‘선발투수는 귀족, 마무리 투수는 평민, 그 외 계투는 노예’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격언처럼 돈다. ‘마당쇠’라는 타이틀은 훈장인 동시에 그들을 옥죈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불과 2015년까지만 해도 ‘순수 불펜 100이닝 투수’가 있었다(권혁·112이닝). 하지만 여전히 70~80이닝을 소화하는 불펜투수는 수두룩하다. A 위원은 “불펜투수들은 많이 던지면 다음 해, 혹은 그 다음 해에는 반드시 탈이 난다”고 강조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144경기 체제에서 불펜투수는 최대 65이닝이 적당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80이닝을 넘긴 불펜투수는 최충연(삼성 라이온즈)과 김윤동(KIA 타이거즈) 둘 뿐이다. 최충연은 구위를 잃고 2군에 내려갔고, 김윤동은 대흉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시간을 거스르면 고창성, 전병두(이상 은퇴) 등 혹사로 빛을 잃은 투수들은 숱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2019 조상우’ 여럿을 잃었을지 모른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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