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쉐보레가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 가입을 결정했다. 9월 대형 SUV 트래버스(왼쪽)와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출시되면 쉐보레의 직수입 차종 비중은 60% 이상이 된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브랜드 이미지 강화해 내수시장 공략
새 가격전략 수립…소비자 인식 관건
일부선 “한국시장 철수 노림수” 분석
한국GM이 자사 브랜드 쉐보레의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이하 수입차협회) 가입을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회사지만 쉐보레를 수입차로 포지셔닝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판매 및 가격 전략을 수립해 내수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이번 KAIDA 가입으로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의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져 브랜드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소비자 인식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
한국GM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수입차협회에도 가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시도하는 이유는 쉐보레를 수입차 브랜드로 포지셔닝해야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단 수입차협회 가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가입 조건에 부합한다. 내부 절차를 거쳐 승인할 계획이며, 가입이 완료되면 수입차 판매 통계에 쉐보레 브랜드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쉐보레 브랜드를 수입차로 인식하느냐에 있다. 현재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쉐보레 브랜드 모델은 7개. 그 중 제너럴모터스에서 직수입한 모델은 임팔라, 볼트EV, 카마로, 이쿼녹스 등 4개 차종이다. 반면 국내 생산하는 모델은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 등 3개 차종으로 이미 직수입 모델이 더 많다. 9월에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까지 들여오면 직수입 모델이 6개 차종으로 늘어나 국내 생산 모델의 2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쉐보레 브랜드를 국산차로 보느냐 수입차로 보느냐는 가격 정책 수립과 실제 판매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한국GM의 최대 기대주인 대형 SUV 트래버스는 국산차로 분류되면 소비자들에게 경쟁모델인 현대차 펠리세이드(3475∼4408만 원)보다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 아직 국내 판매 가격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트래버스의 가격은 펠리세이드보다 약간 더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입차로 분류되면 경쟁 모델인 포드 익스플로러(5460만∼5710만원)와 비교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수입차협회 가입을 통해 이미지를 바꾸려는 중요한 이유다.
물론 이런 투 트랙 전략은 단점도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로 나눠 판매량을 집계하면 국산차 순위에서는 현대·기아, 르노, 쌍용에 이어 꼴찌일 수 밖에 없고 수입차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런 시도가 “결국 한국시장 철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자동차 디자인, 연구개발 및 생산 등 대표적인 한국의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역할은 변함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