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없이 선두싸움…김태형의 재평가

입력 2019-09-24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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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사령탑에 올라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한국시리즈 2회 우승, 2회 준우승을 기록했다. 눈부신 성적이다. 감독 데뷔 이후 매년 한국시리즈에 팀을 이끌었다. 지난 4년간 김태형 감독에게는 부러움과 시샘이 교차했다. 이 두 가지 시선은 양의지(NC 다이노스) 이름에서 교집합을 이뤘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극찬이 따르는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는 타선에서는 3~5번 클린업 트리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투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빼어난 리드는 더스틴 니퍼트(은퇴), 조쉬 린드블럼(두산) 등 미국에서 경력이 있는 외국인 투수들부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메이저리그는 상대 타자와 수 싸움 주도권이 철저하게 투수에게 있지만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많은 외국인 투수들은 먼저 인정하고 결정을 존중했다.

정상급 타격 능력과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능력을 함께 가진 포수는 KBO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만큼 양의지의 전략적 가치는 계산하기 어렵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이 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양의지 없는 팀을 처음으로 지휘했다.

양의지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NC로 이적하자마자 두산의 약점으로 포수 포지션이 거론됐다. 포수는 투수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이 두산의 불안 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두산은 시즌 마지막까지 1위 싸움을 하고 있다. 23일까지 83승55패로 승률 0.601을 기록하고 있다. 1위 SK 와이번스와 게임차는 단 1.5. 시즌 중반 4위권까지 떨어질 위기가 있었지만 감독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빛났다.

특히 양의지의 빈 자리를 대신한 박세혁은 기대 이상 역할을 해냈다. 아직 양의지와 비교하면 거칠지만 투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리드는 큰 발전을 보여줬다. 타격에서는 타율 0.280(418타수 117안타), OPS 0.742 6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3루타를 9개나 기록하는 등 발 빠른 포수라는 특별한 능력도 보여줬다.

박세혁이 빠르게 팀의 확실한 주전 포수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태형 감독의 세심한 준비가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양의지에 가려 출전시간이 제한적이었던 박세혁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종종 외야수로 기용하는 등 관심을 쏟았다. 백업 포수 이상의 역할에 박세혁 스스로도 훈련에 열중했고 올해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박세혁과 함께 두산은 지난 4년 동안 준비한 새로운 전력이 조금씩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며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017년부터 꾸준히 기회를 준 이영하는 선발 투수로 완성됐다. 류지혁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두산의 가장 큰 강점인 내야진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역시 탄탄한 주전 라인업이 있지만 꾸준히 출장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매년 상위권을 지키며 미래 전력도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또 한 번의 선두 경쟁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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