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출신 단장’처럼, 데이터형 감독의 시대 도래하나

입력 2019-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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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의 커리어보다는 코치와 프런트 시절 보여준 능력이 감독 선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로 스타플레이어 출신을 감독으로 선택해왔던 삼성은 제15대 사령탑으로 허삼영(아래 맨 왼쪽) 전력분석 팀장을 선택했다. 코치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더 파격적이다. 데이터 활용에 능한 SK 염경엽, 키움 장정석, NC 이동욱(위 왼쪽부터) 감독 모두 선수 때는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지도자로는 큰 인정을 받고 있다. 새로운 흐름 속에 감독이 공석인 KIA와 롯데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삼성 라이온즈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2017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는 프로 선수 출신 단장을 선임하는 바람이 불었다. 기존에는 박노준(전 히어로즈)~민경삼(전 SK 와이번스)의 두 명뿐이었던 프로 선수 출신 단장은 2017시즌 박종훈(한화 이글스)~송구홍(전 LG 트윈스)~고형욱(전 넥센·현 키움) 단장의 선임으로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염경엽 현 SK 감독도 2017시즌부터 2년간 단장직을 맡았다. 지금도 10개구단 단장 가운데 손차훈(SK), 차명석(LG), 이숭용(KT 위즈), 조계현(KIA 타이거즈), 박종훈, 성민규(롯데 자이언츠)의 6개 구단 단장이 프로선수 출신이다.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은 대학 시절까지 선수로 뛰었다. 선수 출신 단장이 대세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제는 단장뿐만 아니라 감독 선임의 트렌드도 달라질 기미가 보인다. 과거에는 이름값과 선수 시절 커리어, 코치로서 쌓은 업적을 바탕으로 사령탑을 선임하곤 했지만, 최근 들어 그 풍토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장정석 감독을 선임한 키움이 그 벽을 깨트렸다. 현역 시절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지 못했고, 2003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뒤 전력분석팀과 프런트, 매니저로 일했던 장 감독의 선임은 당시에는 파격 그 자체였다. 코치 경력조차 전무한 사령탑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장 감독은 뛰어난 데이터 활용 능력을 경기에 접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내세웠고, 2년 연속(2018~2019시즌) 팀을 포스트시즌(PS)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선수의 멘탈(정신력) 등 데이터로 구현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살리기 위한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이다.

이동욱(NC 다이노스) 감독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가 9월 30일 데이터 활용에 능통한 허삼영(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사령탑으로 발탁한 최근의 흐름은 장 감독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홍준학 단장도 “장정석 감독의 성공사례를 어느 정도 감안했다. 누군가 시도했던 사례이기에 그만큼 부담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 감독도 취임 당시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 높은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부임 첫해 PS 진출이라는 결과를 냈다.

허 감독은 데이터 전문가로 통한다. 20년간의 전력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의 기량 및 성향 파악은 물론 소통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이 4년 연속(2011~201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당시 전력분석팀장이었던 허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2018시즌부터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만큼 현대야구의 흐름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홍 단장이 “우리 팀과 상대 팀의 장단점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KIA와 롯데는 아직 새 감독을 선임하지 않았지만, 데이터 분석 능력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특히 롯데는 신임 성 단장이 ‘데이터 활용’에 능한 감독을 뽑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해를 거듭할수록 감독 선임의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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