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축구에 가장 어울리는 10번으로 평가받는 베르나르두 실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에서 10번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화려한 플레이와 천재적인 감각으로 팀의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들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10번은 2선 중앙에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부르는 번호였다. 이 위치의 선수들은 볼 컨트롤과 패스 능력이 뛰어났고,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동료 공격수들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이들은 이 과정에서 번뜩이는 창조성과 화려한 플레이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유발했다.
그런데 이러한 ‘정통 10번’의 존재감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때 축구 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갈수록 거세지는 중앙에서의 압박 강도와 이들의 수비 가담 부재 때문이다. 정통 10번들의 주 활동 지역인 상대 3선과 4선 사이의 공간이 최근 급격하게 줄어들어 자유로운 플레이가 힘들어졌고, 공격에만 집중하던 이들이 수비 임무까지 맡게 되자 적응하는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메수트 외질이다. 외질은 천재적인 패스 능력을 갖췄지만 탈압박 능력과 수비 시 적극성이 떨어졌다.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공수가담이 필요한 에메리 감독의 전술에서 희생양이 됐고, 결국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아스날에서 전력 외 선수로 구분됐다.
물론 이러한 창조성을 갖춘 선수들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10번의 개념 역시 현대축구의 흐름에 맞춰 변화했고, 팀에 생기를 불어넣는 이들의 플레이도 기존의 콘셉트에서 벗어나 새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변화한 개념은 이들의 위치다. 이들은 더 이상 중앙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유롭게 측면으로 돌아 나오며 압박에서 빠져나오고,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자신들의 패스 능력을 발휘한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측면으로 위치를 옮긴 것이다.
두 번째는 수비력이다. 이전까지 수비 상황에서 별다른 압박이나 수비를 펼치지 않았던 것에 반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공격 작업에만 몰두했던 10번들이 이젠 전방에서 1차 수비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반영된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베르나르두 실바다. 기술적인 능력은 물론, 공간을 이해하는 축구 지능과 움직임이 뛰어나 측면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에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도 수준급이어서 ‘현대축구에 가장 어울리는 10번’이라 평가받는다.
이처럼 현대축구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역사였던 정통 10번은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형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수비 조직이 발전해갈수록 팀의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들도 그에 발 맞춰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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