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2019 결산④] 스타들의 범죄→사생활에 ‘불똥 받이’ 된 방송가
늘 그래왔지만 2019년의 연예계는 특히나 다사다난했다. 예상치 못한 스타들의 범죄, 가십, 각종 의혹들이 곳곳에서 터졌고 이들이 출연 중이었거나 출연 예정이었던 프로그램들은 ‘불똥 받이’가 됐다. 통편집과 하차는 우스운 수준이고, 큰 사랑을 받던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폐지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 한 해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방송가에 타격과 오점을 남긴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 정준영X최종훈 성범죄 헬게이트…‘1박2일’ 멱살
올해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는 ‘버닝썬 게이트’는 규모만큼 방송가에 끼친 파장 또한 컸다. 1년이 넘은 현 시점에도 경찰 수사와 재판이 여전히 ‘진행형’인 ‘버닝썬 게이트’. 성매매 알선을 비롯해 각종 횡령, 원정 도박 등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빅뱅 출신 승리와 더불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정준영과 최종훈의 혐의가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들도 줄줄이 위기에 놓였다.
특히 방송가에서 활약했던 정준영의 범죄는 여러 프로그램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촬영 도중에 사면초가에 놓인 tvN ‘현지에서 먹힐까3’와 정준영이 핵심 멤버였던 ‘짠내투어’는 정준영의 분량을 통편집했다. 정준영이 참여한 단톡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KBS2 ‘1박2일’ 시즌3의 김준호와 차태현이 내기 골프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1박2일’ 시즌3는 하루아침에 폐지를 맞았다(‘1박2일’은 김종민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를 교체하고 이달 시즌4로 돌아왔다). 이 가운데 ‘현지에서 먹힐까3’는 또 다른 시련을 겪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정준영 지우기’로 전화위복하는 듯 했으나 또 다른 출연자 이민우가 성범죄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현지에서 먹힐까3’는 VOD 서비스를 일부 중단했다.
● ‘이미 촬영 끝났는데…’ 사전녹화 방송 발동동
앞서 언급된 사례처럼 사전에 녹화하는 방송 시스템상 스타들의 범죄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김병옥과 오승윤은 각각 음주운전 혐의와 지인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한지선은 택시기사와 경찰을 폭행해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드라마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하차했다. 필로폰 구매 및 투약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로버트 할리와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 비아이도 게스트로 함께했던 MBC ‘라디오스타’와 SBS ‘정글의 법칙’ 등에 피해를 끼쳤다.
● 끊이지 않는 스타들의 성추문
안타깝게도 음주운전과 마약만큼 성범죄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SBS ‘미운우리새끼’의 개국공신인 김건모는 피아니스트 장지연과의 결혼으로 아름답게 프로그램을 떠날 수 있었지만 좌초를 맞았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주장으로 과거 유흥업소 여성을 성폭행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게 된 것. 김건모 측은 무고죄를 묻겠다고 나선 가운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앵커로 활약했던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은 지난 7월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SBS에서 불명예 퇴사했다. 그가 진행했던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는 폐지됐다.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이달 5일 1심에서 징역 2년 6월형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강지환. 그가 주연으로 출연 중이었던 TV조선 드라마 ‘조선생존기’는 생존하지 못할 뻔 했다가 방송 도중 서지석으로 주연을 대체하고 겨우 끝을 맺었다. 참고로 강지환 사건은 검찰과 강지환 양측 모두 1심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 2심을 앞두고 있다.
● 스타의 개인사로 피로한 방송가
범죄는 아니지만 스타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슈로 공든 프로그램이 무너진 사례도 있다. tvN 로맨스 예능 ‘작업실’은 5월 첫 방을 앞두고 출연자 남태현과 장재인의 열애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두 사람의 ‘썸’이 본격 전개되는 시기에 장재인이 SNS를 통해 남태현의 양다리를 폭로하면서 ‘작업실’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남태현과 장재인은 사과와 화해로 해피엔딩을 맞았으나 흐름상 통편집 없이 두 사람의 분량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작업실’은 생채기만 남았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만나 지난해 연인으로 발전했던 전현무와 한혜진은 지난 3월 결별하면서 프로그램에서도 잠정 하차했다. 한혜진은 10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복귀했지만 전현무의 복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안구 커플’ 안재현-구혜선 부부는 이혼 이슈로 방송사에 불똥을 튀었다. 이혼은 흠이 아니지만 폭로전의 시기가 좋지 않았다. 지난 8월 스페셜 MC로 참여한 SBS ‘미운우리새끼’의 방송을 불과 12시간 앞두고 안재현과의 갈등과 이혼 위기를 고백한 구혜선. 이로 인해 ‘미운우리새끼’는 구혜선의 분량을 통편집에 가깝게 들어내야 했다. 반 사전제작으로 당시 촬영 중이었던 MBC 드라마 ‘하자있는 인간들’은 일부 시청자들의 안재현의 하차 요구를 견뎌내며 촬영을 강행했다. 구혜선의 불륜 주장으로 ‘하자있는 인간들’의 여배우 오연서와 김슬기가 억울하게 얽히면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안재현은 이혼 이슈로 tvN ‘신서유기7’에서 잠정 하차했다.
‘송송커플’ 송중기-송혜교 부부는 송중기 주연 드라마 tvN ‘아스달 연대기’의 방송 도중 이혼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는 애당초 기대 이하로 고전하고 있던 탓인지 작품에 별다른 추가 타격은 없었다. ‘송송커플’의 연결고리가 됐던 KBS2 ‘태양의 후예’의 경우 강원도 태백 세트장 방문객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송중기-송혜교의 잘못은 아니니 논외.
자신의 과오는 아니지만 연루된 이들의 논란으로 스타와 프로그램이 함께 피해를 보기도 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광희와 이승윤은 각각 매니저의 일진 논란과 채무 불이행 논란으로 프로그램을 떠났다. 대세 버프를 탄 이승윤의 활약에 기대가 컸던 ‘전지적 참견 시점’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흐린 진흙탕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문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범 CP와 안준영 PD는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끼쳤다. ‘프로듀스’를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활동을 중단했고 이들이 출연 예정이었던 방송사들도 피해를 봤다. 특히 안준영 PD가 혐의를 인정한 시점이 아이즈원의 컴백 시기와 맞물린 탓에 tvN, MBC, JTBC 등은 해당 프로그램의 결방 혹은 통편집을 택했다. 심지어 아이즈원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아이즈 온 미: 더 무비’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년. 오는 2020년에는 또 어떤 이슈들이 연예계에 찾아올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넌더리가 날 정도로 지겨운 음주운전과 마약 투약 범죄 소식은 이제 제발 그만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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