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대신 ‘방콕’…리모콘을 든 사람들

입력 2020-03-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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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악화가 바꾼 라이프 스타일

왓챠 등 OTT 이용시간 37%P 증가
‘히트맨’ 등 IPTV 공개…반사이익
TV 시청 늘었지만 화제성은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엔터테인먼트 문화도 바뀌고 있다. 극장 관객 발길이 뚝 끊긴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 및 TV 시청시간은 증가했다. 2주째 기자간담회나 제작발표회 등 연예계 대외 행사가 중단되면서 온라인 생중계 방식이 도입됐지만 ‘랜선 만남’인 탓에 화제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영화 관람 문화 변화…‘집콕’

재택근무가 늘고 외출도 꺼리는 분위기에서 집에서 영화를 보는 흐름이 뚜렷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올레TV 등 IPTV 3사와 디지털케이블TV 데이터를 집계하는 온라인상영관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최근 4주간(1월27일∼2월23일) 총 이용횟수가 326 만3715건으로 나타났다. 앞선 4주간(20 19년12월30일∼1월26일)의 248만5134건보다 77만8581건 늘어난 수치다.

OTT 이용시간도 늘었다. 스포츠동아가 왓챠플레이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 직전인 1월19일 이용시간을 ‘100’으로 환산해 2월19일 14.17%P, 3월1일 36.87%P 증가세를 기록했다. 왓챠플레이 허승 매니저는 4일 “신규 콘텐츠 등 변수도 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16년 만에 2월 극장 관객이 최저치(734만명)로 추락한 상황과도 크게 대비된다. 잇단 개봉 연기에 극장 신작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같은 시기 IPTV에서는 ‘히트맨’, ‘남산의 부장들’ 등 최신작이 공개돼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 틈에 넷플릭스는 이달 류승룡·주지훈의 ‘킹덤2’를 포함한 TV시리즈와 영화 등 50여편의 신규 콘텐츠를 공개해 반응을 노린다.

● TV선호도 올랐지만 “체감 화제성↓”

집에서는 TV 시청시간이 크게 늘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2 월24∼27일 성인남녀 204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여파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1.1% 가 “TV보기”라고 답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의 자료도 이를 증명한다. 감염증이 확산되기 시작한 2월9일 일요일 전국가구의 평균 TV 시청시간은 10시간35분으로, 전년 같은 날 대비 27분 늘었다. TNMS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TV 시청으로 주말을 보내는 이들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사이트의 흐름도 다르지 않다. 스트리밍 사이트 웨이브의 정다연 매니저는 4일 “확진자가 급증한 2월18일 이후 8일간 실시간 시청량이 2월10일∼17일과 비교해 28%P 증가했다”며 “뉴스 속보 등을 보려는 이용자의 유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료가입자 시청량과 영화 콘텐츠 구매율도 각각 0.5%P, 7%P 올랐다.

일각에서는 2월 초부터 SBS ‘낭만닥터 김사부2’, tvN ‘사랑의 불시착’ 등 시청률 15%(닐슨코리아)를 돌파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떤 프로그램도 화제가 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제작발표회와 기자간담회 등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는 행사가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되는 가운데 한 방송 관계자는 “수단을 총동원해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오프라인 행사와 비교했을 때 체감 화제성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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