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의 속앓이, 코로나19 고통분담은 구단만 하나요?

입력 2020-06-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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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2개월째 이어짐에 따라 K리그는 온통 울상이다. 지난해 1·2부 합계 약 195억 원의 입장수입을 얻었는데, 영업일이 많지 않은 터라 이는 각 구단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FC서울은 약 39억 원, 대구FC는 22억 원, 수원 삼성은 21억 원, 전북 현대는 20억 원이었는데 8라운드까지 마친 올 시즌 현 시점을 기준으로는 이미 25% 가량의 수입이 증발한 셈이다.

앞날이 밝은 것도 아니다. 유관중으로 전환되더라도 좌석간격을 벌려 티켓을 팔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일단 전체 좌석의 40% 이하만 판매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상품판매 실적도 좋을 리 없다. 유니폼, 레플리카, 머플러, 점퍼 등의 의류뿐 아니라 열쇠고리, 머그컵, 유리잔 등의 용품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현장에 있어야 팬들의 구매욕도 자극할 수 있는 데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스폰서도 울상이다. 많은 구단이 스폰서업체로부터 후원금을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TV 화면을 제외하면 노출효과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정일지 모른다.

수입감소는 비용절감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구단 운영비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선수단이다. 그런데 먼저 희생한 쪽은 사무국 임직원들이다.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되자마자 몇몇 구단은 재빨리 프런트의 급여를 삭감했다. 기업구단이든 도·시민구단이든 가리지 않고 적게는 15%, 많게는 30%까지 봉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수입원인 A매치를 치르지 못한 대한축구협회도 연말 받아온 성과급을 전체 연봉의 10% 선에서 반납하는 형태로 급여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선수들이 어려움 극복에 동참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4월 중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프로연맹과 구단에 먼저 제안했다는 ‘연봉삭감 등의 문제에 대한 공식적 논의’의 진전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여러 해외 구단들에서 선수들의 급여삭감 사례가 늘어나자 나왔던 제안인데, 가시적 결과물은 아직 없다.

사실상 비활동기간이던 3~4월에도 선수들에게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했던 구단들은 그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수입은 없고, 지갑은 뚫렸지만 “어느 팀이 선뜻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는 말만 반복한다. 선수단에 연봉삭감을 선뜻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선수들이 연봉반납을 하지 않았다고 돌을 맞을 이유는 없다. 다만 갓 사회에 발을 들인 직장 초년생들조차 처음 약속된 쥐꼬리 봉급조차 받지 못하는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상황이 몹시 아쉽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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