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렌트’ 최재림 “데뷔한지 벌써 11년, 저 용 됐네요”

입력 2020-07-07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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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데뷔 작품으로 11년 만에 컴백
[DA:인터뷰] ‘렌트’ 최재림 “데뷔한지 벌써 11년, 저 용 됐네요”

뮤지컬 배우 최재림이 데뷔작 ‘렌트’로 다시 돌아왔다. 11년 만에 ‘렌트’로 돌아온 소감도 남다르지만 코로나19 시기에 공연장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공연을 올리기 힘들 때인데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무엇보다 제 데뷔작이기도 해서 무대에 오르는 의미가 남 달라요. 11년 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콜린’ 역을 맡았는데 이번에 다시 오르니 그래도 경험이 있다고 연기 분석의 깊이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상당히 좋아서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있어요.”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인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1996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당시 사회에서 부정하다 여겨지는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을 소재로 삼아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최재림은 극 중에서 무정부주의자, 컴퓨터 천재, 그리고 강도를 당한 후 ‘엔젤’과 만나며 사랑에 빠지는 ‘콜린’ 역을 맡았다.


11년 만에 마주한 자신의 캐릭터 ‘콜린’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최재림은 “‘콜린’을 처음 했을 때는 그저 넉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대 위에서 드러나지 않는 ‘콜린’의 이야기, 아픔을 많이 생각했다”라며 “‘그는 진실한 사랑을 해 본 사람일까.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 엔젤과 사랑을 시작하는 게 두렵지 않았을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엔젤에게 받았나’ 등을 생각하며 극 중에서 콜린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오디션 당시 연출가가 ‘당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사람, 아니면 이 노래를 전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라고 물어봤어요. 노래를 누군가에게 헌정한다는 마음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접근방식이 완전히 달랐죠. 다른 관점에서 노래를 부르니 ‘내가 이렇게 슬퍼요’가 아닌 ‘이 사람이 내게 그토록 소중한 사람이었다’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더라고요. 상대가 내게 준 사랑과 영향력이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 내 시점이 아닌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렌트’에서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린 이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에이즈’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긴 하지만 익숙하거나 보기에 편한 소재는 아니다. 연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연출 및 제작진과 배우들은 비슷한 감정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작품과 작품 속 소재에 대한 이해를 지식적으로 하기보다는 감정으로 푸는 편이 배우들에겐 더 나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출가가 우리가 갖고 있는 큰 슬픔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자신들의 미래, 콤플렉스 등 자신이 마음 속으로 걱정했던 부분을 꺼내어 말하며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전 다른 사람들과 감정 교류를 잘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슬픈 일이 있어 마음이 아플 때 저도 함께 슬퍼하고 나누고 싶은데 그런 것이 잘 안 되는 것이 배우로서 고민이에요. 이성적으로 되는데 감정적으로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연기를 할 때는 감정을 나누고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역할에 저도 모르게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실제 저는 잘 되지 않는 일들을 캐릭터를 통해서라도 하고 싶은가 봐요.”

터부시됐던 소재로 처음 소개됐던 이 뮤지컬은 공연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여전히 그렇다. 그럼에도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은 시대가 지나도 ‘렌트’를 보며 열광하고 공감을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시대마다 어려움이 있고 현시대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유행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 시기에 서로를 포용하고 함께 아끼며 살아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처음 ‘렌트’를 할 때는 같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뿜어내는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코로나19를 겪고 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실업난, 세대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어 이를 포용할 수 있고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우리가 아끼는 삶을 나누고 싶은 이 시기가 공연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요즘 치유와 사랑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요즘 이런 부분이 제게 와 닿더라고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 외에도 배우들에게 ‘렌트’는 ‘날 것’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림은 “대부분 작품이 정제됐다면 ‘렌트’는 거친 맛이 있다. 그 거친 물결에 휩쓸리며 무대를 올리는 매력이 있다”라며 “‘렌트’는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되는 공연이다. 그러기에 배우들에게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내 안에 있는 것을 표출하기 때문에 하고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면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에 여전히 많은 배우들이 하고 싶어하는 공연이다”라고 말했다.


데뷔한 지 11년이 지난 소감을 물으니 최재림은 “용 됐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첫 등장에 무대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태연하게 연기를 했던, 지금 생각하면 아찔했던 순간들도 잠시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 이 직업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배우로서 성숙한 길을 걸어오기도 했지만 저라는 사람도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이기적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참 좋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최재림은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뮤지컬 ‘마틸다’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렌트’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최재림은 “뮤지컬 배우의 시작은 신시컴퍼니와 함께 했다. 그래서 ‘마틸다’를 했을 때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작품 자체의 힘이 따뜻했고 아역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다.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상까지 받아 감사하고 기뻤다. 배우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자만하거나 우쭐해 하지 않고 이 길을 잘 왔으니 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제는 제가 후배가 점점 많아지는 사람이 됐더라고요.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뮤지컬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닮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저 길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있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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