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던’ 선수들…임채빈만 빛났다

17일 창원과 부산 벨로드롬에서 경륜 레이스가 시범경주 형태로 재개했다. 오랜 실전 공백에도 불구하고 기량을 마음껏 과시한 특선급의 스타 임채빈 선수가 힘차게 벨로드롬을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 시범경주 통해 본 재개장 후 전망
임채빈 ‘두 수 위 각력’ 마크 따돌려
경륜 최강자 정종진과 승부 기대감
우수급에선 박준성·장보규 돋보여

경륜 시범경주가 4월 말 이후 3개월 만인 17일 광명을 비롯한 창원과 부산 벨로드롬에서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간의 공백기를 거친 각급별 선수들이 오랜만에 타종 소리를 들으며 트랙을 질주했다.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시범경주를 통해 재개장 후를 전망해 본다.

시범경주, 무리한 승부는 없었다

충분한 휴식과 넘치는 훈련량으로 실전을 대비하고 있을 선수들이지만 그에 반해 경주감각은 현저히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연습을 실전같이 진행한다고 해도 실전이 주는 긴장감과 다른 선수들과의 마찰은 연습에 비할 것이 못된다. 현재까지 끌어올린 몸 상태와 컨디션을 실전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1차적 관건이며, 이후 실전을 통해 체크한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하는 것이 성적 향상의 지름길로 보인다.

실전 적응이 관건인 시범경주의 성격상 무리한 승부를 거는 선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경주가 선행 선수의 주도 아래 대열이 그대로 유지되며 추입 정도로 마무리됐다. 지역 간 연대의식이 느껴지는 자리 잡기가 종종 눈에 띄었다. 선발급과 우수급에서는 흐름을 일순간 역전시키는 젖히기를 구사한 선수는 없었다. 기량에 비해 인지도가 저평가 되어있는 숨어있는 진주를 찾기에는 아쉬운 경주 결과였다. 굳이 따져본다면 선발급은 강성배, 김준호, 우수급은 박준성, 장보규, 김범수의 선행이 비교적 호쾌했다. 특선급은 단연 임채빈이었다.

‘떠오르는 태양’ 임채빈

19일 일요일 특선 7경주는 임채빈이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경주였다. 노련한 자유형 선수인 김민철이 임채빈의 앞으로 들어서며 초반 자리 잡기가 전개됐고, 김민철의 선행과 임채빈의 추입으로 쉽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자리 잡기 과정에서 마크력이 좋은 김성현이 김민철의 뒷자리는 본인이 차지하겠다는 의사를 임채빈에게 보였고, 임채빈은 이에 선뜻 자리를 양보했다. 그렇게 이성광, 김민철, 김성현, 임채빈, 윤민우, 이진웅, 이명현 순의 줄서기로 자리 잡기 과정이 완료됐다.

사실 이 같은 줄서기는 끌어내는 이성광의 탄력에 김민철이 주도하고 김성현이 마크로 대열을 늘이면서 훼방을 놓으면 임채빈이 외선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채빈의 각력은 이미 한수, 아니 두수 위의 수준이었다. 1코너부터 힘을 쓰기 시작하더니 2코너를 돌아 나오면서 탄력을 받고 김민철을 젖혔다. 3코너부터는 여유로운 페달링으로 직선에서 본인의 후미 윤민우의 마크까지 떼어내는 무지막지함을 선보였다. 현 경륜의 일인자 정종진의 호적수로 떠오르는 또 하나의 태양으로 손색없는 경주였다.

배재국 경륜뱅크 예상팀장은 “시범경주는 경주의 특성상 각 선수의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긴 공백기를 가진 선수들의 적응력에 따라서 인지도와 상반되는 경주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만큼 개장 이후 첫 경주를 맞이한 선수들을 상대로 추리에 나설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시범경주에서는 특선급의 새로운 태양인 임채빈이 돋보였는데 앞으로 왕중왕에 도전할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