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그 이후’를 준비하는 ‘골프 부킹왕’ 조성준 대표

입력 2020-07-30 10:4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성준 XGOLF 대표.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부킹’하면 나이트클럽의 즉석만남을 떠올리던 2003년, 골프 부킹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그 때 자본금 5000만 원(그 중 ‘순수’ 투자금은 500만 원이었고, 나머지 4500만 원은 ‘빌린 돈’이었다)으로 시작한 인터넷 골프 예약 서비스 XGOLF(엑스골프)는 17년 만에 연 매출 110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2019년 기준)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 골프존, SBS 등 거대자본이 뒤에 버티고 있는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온라인 골프 예약 서비스 부동의 1위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 회원수는 85만 명을 훌쩍 넘고, 연간 누적 이용객 수는 140만 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단순한 예약 서비스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마치 예견이나 한 듯 지난해 이미 ‘캐디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쓸데없이 엄격한 골프장 문화를 바꾸자며 반바지 라운드 권장 캠페인을 펼쳤다. ‘기껏해야 예약서비스 업체가 무슨 골프 문화를 바꾸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첫 해 전국적으로 10여 개에 불과했던 반바지 골프장은 올해 190여개로 늘었다.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골프 부킹왕’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며 코로나19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엑스골프 조성준 대표이사(50)를 29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엑스골프 장한평점에서 만났다. ‘서울 최대 인도어 연습장’인 이곳은 비가 제법 오는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72타석이 그야말로 ‘풀 가동’되고 있었다.

●소수계층, 그들만의 놀이를 바꿔라

고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온 그는 ‘월급을 많이 준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스로의 표현대로 ‘집안 형편이 넉넉하고 공부를 잘 했다면’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만, 그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20대 초반을 미국에서 보냈다. 용돈 벌이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미국에서 돈 없는 이민자들을 위한 학교를 다니며 마케팅 공부를 시작했고 비즈니스 모델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귀국 후 서른세살이던 2003년 엑스골프를 창업하게 된 계기다. 자이르에서 간접 경험한 유럽형 엄격한 골프 문화, 미국에서 직접 겪은 실용적인 골프 문화와 달리 한국 골프는 이렇다할 문화도 없는 ‘소수계층, 그들만의 놀이’였다. 이를 깨기 위해 회원들뿐만 아니라 비회원들도 빈 시간을 활용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고 덤벼든 것이 엑스골프의 시작이었다. 그는 “원래 한 1년 정도만 하다가 그만두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 했다”면서 “어쩌다보니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남들이 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단순히 ‘운 덕분’이었을까. 결코 아니다. 골프장은 적고, 이를 이용하려는 골퍼들은 절대적으로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그가 처음 부킹 대행 제휴를 맺었던 골프장은 전국에서 5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00곳을 훌쩍 넘는다. 틈새를 공략해 일찌감치 부킹 서비스 업계의 선두주자가 된 뒤 줄곧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국내 업계 최초’로 진행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약자가 1인씩 각각 결제할 수 있게 한 그린피 선결제 시스템, 1개의 아이디로 매일 3팀까지 부킹이 가능한 총무회원제를 비롯해 1인부킹, 당일부킹, 전화부킹 등 모두 업계 최초로 내놓은 아이템이었다. 골프장 이용후기 게시판을 신설한 것도 마찬가지. 조 대표는 “남들이 다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하기 싫었다”고 했다. “원래 공격적인 것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엑스골프 성장의 비결이다.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신사업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노린다

조 대표가 요즘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사업은 ‘신(信) 멤버스’다. 법인카드가 필요 없는 기업 전용 부킹서비스로 기존 회원권과 달리 편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특징이다. 예약부터 정산까지 전화 한 통으로 가능하고 월 부킹 가능 팀 수 무제한, 4인 1팀 무기명 및 예약자 익명성 보장 등이 가능하다. 벌써 250여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고, 재가입률은 95%가 넘을 정도로 만족도가 크다.

오프라인 연습장 운영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장한평 연습장을 3년 반 넘게 운영하며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기존 ‘골프 연습장=어르신들 놀이터’라는 개념을 바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물 좋은 연습장’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갖고 있다. 연습장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골프존, 카카오와 함께 골프 플랫폼 사업계의 ‘3대 축’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 플랜도 세웠다.

사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코로나19 그 이후를 준비한다

조 대표는 “현역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골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에서 싼 값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회원권 중계시스템’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가 평생 가진 않을 것 아니냐”는 그는 “엑스골프는 이제 단순한 부킹 대행 서비스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이단아’ 또는 ‘돈키호테’로 불리지만, 항상 맨 앞에서 흐름을 꿰뚫어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조 대표다웠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