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축구가 일상으로 돌아가던 날, K리그 그라운드도 숨을 쉬었다

입력 2020-08-02 15:2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함성이 다시 돌아온 초록 그라운드는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진행하던 K리그는 1일 ‘유관중’으로 전환됐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당분간 경기장 좌석의 10%에 한해 입장권이 판매되나 축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훈훈한 기운이 가득했다.

지난시즌 가장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던 K리그1(1부) 대구FC는 “전북 현대와 8일 홈경기가 티켓 발매 2분 만에 전 좌석(1200석) 매진됐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축구를 ‘고파’한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성남FC와 FC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경기가 열린 1일 탄천종합운동장 공기도 평소와 달랐다. 온라인 예매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입장권을 발권해주는 경기장 주변 티켓 박스도 모처럼 활기차게 움직였다. 엄격한 방역지침인 1~2m 거리두기로 인해 부스와 경기장 입장 게이트에 긴 줄이 늘어서는 등 불편함이 상당했어도 마스크를 착용한 1000여 명의 팬들의 눈은 너나할 것 없이 웃음이 가득했다.

취식 금지 지침에 따라 진열대가 텅 비어있는 경기장 매점에서 음료수를 구매한 한 가족 단위 팬은 “탁 트인 잔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다. 이제야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구단 식구들도 벅찬 감정을 느꼈다. 두 팀 선수단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설 때, 킥오프를 앞두고 입장할 때, 경기 도중 멋지거나 아쉬운 퍼포먼스가 나올 때마다 등장한 요란한 갈채와 깃발 흔들기 응원전을 지켜본 성남 홍보팀 관계자는 “박수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시즌 첫 유관중 경기라는 점에 더해 결전을 코앞에 두고 서울 최용수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영향이 겹쳐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미디어가 취재신청을 했다. 당일 오전, 성남 구단이 이례적으로 “여러 이슈로 경기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한계치가 초과돼 당일 신청도, 현장 접수도 불가하다”는 긴급 공지를 전한 이 경기는 중계인력을 제외해도 40~50명의 기자들이 찾아 눈길을 끌었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