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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KT 주장은 로하스? 선수들도 바라는 ‘종신 KT맨’

입력 2020-08-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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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로하스. 사진제공|KT 위즈

KT 로하스. 사진제공|KT 위즈

“농담 삼아 ‘내년에 주장하면 되겠다’고 한다.”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는 올해 KBO리그를 그야말로 폭격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시작된 최고조의 사이클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10개 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 팬들도 놀라지만 가장 반색하는 건 함께 뛰는 선수단이다.

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 후 황재균의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신뢰가 드러난다. 황재균은 이날 5타수 1안타 3삼진을 기록해 단순한 숫자로는 활약이 떨어져보인다. 하지만 그 1개의 안타가 1-2로 뒤진 7회초 2사 2·3루에서 경기를 뒤집는 2타점 역전 적시타였다. 황재균은 6월 27일까지 36경기에서 타율 0.266, 3홈런, 21타점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2번타순 고정 배치 후 26경기에서 타율 0.357, 7홈런, 22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빠른 발과 중장거리 타구 생산 능력을 갖춘 황재균은 이강철 감독이 추구하는 2번타자의 그림에 부합하는 선수다. 하지만 황재균에게도 지금 KT의 2번타자 자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바로 뒤 3번타순에 위치한 로하스 때문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줄 경우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로하스와 승부해야 한다. 자연히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들어가는 경우가 잦은데, 황재균으로서 노림수가 단순해질 수 있다. 황재균은 “확실히 지금 타순이 상·하위의 연결도 잘 되고, 주자가 나갔을 때 타점을 올리는 선수도 많다”며 “로하스가 뒤에 있어 빠른 카운트 승부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다”고 밝혔다.

KBO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선수의 시선은 으레 해외로 맞춰지게 마련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 멜 로하스 시니어가 있기 때문에 로하스로서도 큰 꿈을 품을 수 있다. 로하스는 “지금 KT, 그리고 수원에서의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며 “ML에서 좋은 계약조건이 오더라도 바로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 같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언젠간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만, 로하스는 진심으로 KT에서의 시간들에 만족하고 있다.

황재균은 “선수들도 이러한 얘기를 알고 있다. 우리끼리는 농담처럼 ‘내년에 남아서 주장하면 된다’고 얘기한다”고 밝은 분위기를 전했다. 2018년부터 3년째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기에 가능한 농담이자, 로하스에 대한 신뢰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KT 팬들은 로하스의 여권을 불태워야 한다고 성화다. 로하스는 “나에게도, 그리고 내 가족에게도 너무 영광스러운 말”이라며 아낌없이 감사를 표한다. 과연 황재균을 비롯한 KT 선수단의 바람대로 2021시즌 ‘멜캡’ 혹은 ‘로캡’을 볼 수 있을까. KT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그림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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